극장흥행 못했다고 실패작 아니다

원소스 멀티유스 채널의 등장과 함께 극장에서 흥행하지 못한 영화라도 ‘회생’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제까지는 한 작품이 만들어지면 극장, 비디오 이외에 다른 상영채널을 갖기 어려워 극장흥행이 곧바로 성공 여부를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상영과 DVD 등의 신매체 출현으로 인해 영상물의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가 가능해진 것이다.

 ‘죽어도 좋아’의 경우 극장 흥행에는 전국 관객 5만여명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인터넷 상영을 통해 이름을 높인 경우다.

 인터넷 상영관인 무비스는 ‘죽어도 좋아’를 온라인에서 상영해 단 몇시간 만에 15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3박4일의 짧은 프로모션 기간에서 100% 예매율을 보였으며 노년층의 예약이 두드러진 점도 돋보인다.

 주문형 인터넷 영화제공 업체인 씨네웰컴이 올해 발표한 인터넷 서비스 영화관람 순위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난다. 20위권 안에는 ‘이것이 법이다’ ‘뚫어야산다’ ‘모넬라’ ‘아이언팜’ ‘네발가락’ 등 일반 영화관에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영화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 씨네웰컴은 “아직 인터넷에서 상영하는 영화편수가 적기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인기가 떨어졌던 영화도 얼마든지 온라인에서는 인기를 끌 잠재성이 있다”며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 영화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DVD타이틀 시장도 극장에서 고전한 영화들의 새로운 승부처로 자리잡고 있다.

 일반 극장에서 2만여명의 관객을 확보하는데 그친 ‘워터보이즈’는 최근 DVD타이틀로 출시돼 3000장 판매를 돌파했다. 워터보이즈 제작, 판매사인 케이디미디어는 “당초 극장흥행에 실패해 우려를 했으나 오히려 작품성이 알려지면서 소장하겠다는 사용자가 늘었다”며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라고 전했다.

 ‘마리이야기’ 역시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작이라는 명성에 불구하고 극장에서는 재미를 못봤으나 엔터원이 DVD타이틀로 출시한 이후 8000여장 이상이 판매되는 호응을 얻었다. 씨넥서스가 출시한 ‘아멜리에’ 역시 화면 왜곡현상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2만장 가까이 판매돼 극장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영화 제작·투자사 및 기획사에서는 영화의 유통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전략을 짜야할 것”이라며 “하나의 작품을 극장, 비디오, DVD, 인터넷, 모바일 등의 상이한 미디어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것인가를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