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침체의 터널을 헤매고 있다. 수익과 생존만을 절대명제로 새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은 결국 기술혁신과 연구개발(R&D)밖에 없다는 게 IT종사자들의 중론이다. IT산업의 첨단에 서있는 두뇌집단 IBM의 R&D를 총괄하고 있는 폴 혼 박사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웹의 진화 및 비즈니스와의 결합, 나노기술(NT)이 미래의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업 활동과 연구 활동의 연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R&D 담당자로서 미래를 내다보며 일할 수밖에 없을텐데요. 앞으로 5∼10년 후 세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웹입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웹은 여전히 비즈니스와 기술을 결합하는 핵심 요소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 웹 기술 자체도 e비즈니스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향상될 전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러한 경향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인터넷으로 쇼핑, 공과금 납부,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웹에서 더 큰 가치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유념해야 할 점은 인터넷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10여년 동안 인터넷 검색 개념이 재정립되고 대폭 향상돼 오디오·비디오 그리고 3D 파일들까지 검색의 기본 요소에 포함될 것입니다. 또 음성은 사람들이 정보에 접속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본적인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인터넷이 일상에 보다 밀접하게 녹아들 것이란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가까운 장래에 업계와 일상생활에 이러한 변화를 가져올 IBM의 기술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무엇보다 NT를 들 수 있습니다. IBM은 나노 분야에 매진해 더욱 작고 빠르며, 더욱 강력한 기기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NT는 생활의 영역 어디서나 컴퓨팅과 정보검색을 가능케 하는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과 결합, 우리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것입니다. 또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다양한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네트워크로 서로 긴밀히 연결되는 자율컴퓨팅 환경도 NT에 기반해 실현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지능적으로 행동하고,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팅 네트워크의 구축을 꿈꾸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상황에 맞는 지식을 창조해내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인체입니다. 지금까지의 컴퓨팅은 이런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NT 등을 활용, 방대한 정보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면 자율적이고 똑똑한 인간 중심의 정보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기기들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IBM은 이러한 변화가 고객의 요구와 필요를 만족시키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IBM은 IT산업에서 지속적으로 혁신 주도 기업이 될 것입니다. IBM의 데이터베이스, PC, D램 등에서 획기적인 기술들은 이미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했고 비즈니스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지원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고객 가까이에서 혁신을 추구할 것입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속한 연구소로서 어떻게 본사의 사업계획과 연구성과를 연결시키는지. IBM 연구소의 강점을 든다면.
▲IBM은 실용적인 분야에서 기초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다룹니다. IBM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제품이 IBM연구소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R&D 분야에 있어서 IBM의 강점은 IBM 연구소에서 이루어낸 혁신적인 기술이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되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것은 곧 각 사업조직의 경쟁력과 직결되며 다른 IT기업들과 IBM을 구별지어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와 미들웨어 시장에서 IBM의 주도력은 주로 IBM연구소에서 탄생된 혁신적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또 IBM의 e서버 제품군도 IBM연구소가 내놓은 첨단기술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IBM과 IBM연구소는 제품의 시장진입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IBM은 IBM연구소를 새로운 혁신을 달성하는 기술 첨병으로 삼고 있으며 연구활동은 IBM의 미래에 앞으로도 핵심이 될 것입니다.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기초 과학 분야의 R&D와 단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동 사이에 균형은 어떻게 이루어 가는지.
▲이는 기업 연구소가 언제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과제입니다. 기업은 단기적인 연구와 장기적인 연구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균형유지야말로 모든 연구소가 이루어 내야 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IBM은 혁신 지향의 적극적 관리시스템과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몇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째, 협업과 팀플레이를 통해 연구와 개발간 인위적인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둘째,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연구인력과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연결시켜 줍니다. 셋째, 혁신적인 기술의 연구와 보급을 위해 IBM의 자체 내부 채널과 시장 진출 채널을 최대화하고 넷째, 세계적으로 폭넓게 형성된 연구 조직들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업을 도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연구에 몰두해야겠죠. 이것은 모든 연구조직의 핵심이며 기존 제품군이 빠르게 혁신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지름길입니다.
IBM연구소는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왔으며 이러한 점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회사 성장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BM연구소는 핵심적인 연구내용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신속하게 기술을 시장에 제공함으로써 DB2, 구리기술, 실리콘게르마늄 및 e서버 등과 같은 제품을 다루는 사내 여러 사업조직에 경쟁력을 실어주었습니다.
-IT 경기가 몇 년째 계속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언제 상황이 좋아질지 예측하기 힘든데 경기침체로 연구개발 활동에 어려움은 없는지.
▲제대로 운영되는 연구조직은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습니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연구소는 장기적이면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연구소의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결국 시장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회사에 심어주기 위해 회사가 추구하는 변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IBM에서 이는 곧 연구 및 혁신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와 헌신 그리고 온디맨드(on demand)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중점 연구과제들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본사와 연구소는 공통의 비전 아래 함께 뛰고 있습니다.
-업체에서는 각종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킬러’ 기술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선호합니다. 경제적 혹은 기술적 불확실성을 불식시킬 수 있는 IBM의 ‘강력한’ 기술은 무엇입니까.
▲IBM은 서비스 중심의 연구가 모든 비즈니스 관련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샘 팔미사노 사장이 지적한 바와 같이 IBM은 ‘온디맨드 e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꼭 맞는 특화된 e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각자의 환경과 고객의 요구에 맞도록 시장의 변화에 역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게 됩니다.
IBM은 바로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업모델 혁신과 기술혁신의 통합을 요구합니다. 또 이것은 서비스 위주의 온 디맨드 시대에 접어들면서 IT 연구소의 역할과 연구원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함께 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소와 연구원의 역할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하겠죠.
▲그렇습니다. IBM은 이미 팔미사노 사장의 온디맨드 e비즈니스 비전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11월 IBM은 연구소 산하에 새로운 서비스 조직인 ‘온디맨드 혁신 서비스팀’을 설립했습니다. 이 조직은 고객사의 경영혁신과 기술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별도의 연구팀과 협력합니다.
온디맨드 혁신 서비스는 IBM연구소가 최초로 설립한 공식적인 고객전담 조직입니다. 이 새로운 조직은 전세계 200명의 IBM 연구 컨설턴트들에 의해 운영되는데 향후 3년 동안 10억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온디맨드 혁신 서비스는 광범위한 연구 혁신과 그 도구, 전문 기술을 고객들에게 직접 제공하기 위해 IBM의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는 IBM의 기술 혁신 노력과 이를 시장에 제공하는 방식에 대한 IBM의 관심과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 하겠습니다.
◇폴 혼 박사는 누구인가
IBM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전세계 8개 연구소에서 3000여명의 인력이 수행하는 IBM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총지휘하고 있다. 미국 뉴욕 출신으로 클락슨공대에서 고체 물리학을 전공했고 73년 로체스터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79년 IBM에 입사했다. 이후 IBM에서 반도체, 스토리지 분야에서 주요 자리와 책임을 맡아 왔다.
미국 물리학회 펠로, 전미 과학재단 펠로, 알프레드P슬론 리서치펠로, 피지컬리뷰레터즈 부편집인 등을 지내는 등 학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 워싱턴 경쟁력 심의회, 정부-대학-업계 리서치 라운드테이블(GUIRR) 등 다양한 전문 위원회에서 능력을 발휘했으며 뉴욕 ‘과학의 전당’ 이사회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8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