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실리콘밸리)에 언제 다시 과실(경기회복)이 주렁주렁 열릴 수 있을까’. 이전에 과수원이었던 실리콘밸리가 지난 2년간의 ‘흉작’에 몸서리를 치면서 언제 다시 탐스러운 과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기는 했지만 지난날의 실리콘밸리는 세계 정보기술(IT)시장의 메카라는 그동안의 명성에 부합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새해들어 올 한해 경기를 전망하는 세미나와 콘퍼런스가 이 지역에서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열린 ‘베이지역 연합회의 미래 전망 콘퍼런스’(Outlook Conference of the Bay Area Council)도 이 중 하나다. 연례 행사인 이 콘퍼런스는 올해 때가 때인 만큼 실리콘밸리 경기가 언제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에 온통 화제가 집중됐다.
패널로 참석한 요겐 달랄은 “실리콘밸리가 다시 한번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을지, 또 혁신과 창조의 중심에 다시 설 수 있을지 모두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벤처캐피털회사 메이필드의 매니징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그는 “실리콘밸리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세를 보일 것 같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편인 것은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역시 패널석에 앉은 브로드밴드 서비스 기업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의 최고경영자(CEO) 찰스 호프먼은 “이곳 사람들은 언젠가는 실리콘밸리 경기가 다시 컴백할 것이라는데 합의를 보고 있다”며 “하지만 닷컴기업들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몇년전의 호황은 다시 맛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기술 개발업체 패킷디자인의 CEO로 있는 주디 에스트린은 이들 두사람보다 더 낙관적 전망을 펼쳤다. 그는 “실리콘밸리가 세계 IT산업의 메카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며 “하지만 향후 수년간은 성장 속도가 느리게 진행될 것이고,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콘퍼런스 관중석에는 벤처기업가·벤처케피털리스트·IT업계 관계자들 등 수백명이나 몰려 실리콘밸리 경기 회복 여부가 이곳에서도 매우 뜨거운 관심사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월트디즈니·페드엑스 등의 이사로도 있는 에스트린은 “인내를 가지자(Have patience)”며 “닷컴 버블 때처럼 서두르거나 조급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미래 성장을 위한 올바르고 제대로 된 기반을 구축해한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우리 모두 현재의 위치를 직시하자. 실리콘밸리 일부 사람들이 예측하듯 언젠가는 화창한 봄날이 다시 올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에스트린은 주요 IT기업의 고위직을 두루 거쳐 어느 누구보다도 그의 말에 사람들이 귀를 모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실리콘배리의 차세대 기술과 상품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패널들은 한결같이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와이어리스 컴퓨팅 및 커뮤니케이선 △인터넷전화(VoIP:Voice over-IP) △컴퓨터 보안 △임베디드 컴퓨터 △리눅스 운용체계(OS) △컴퓨터 네트워킹 및 데이터센터 같은 분야를 차세대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꼽으며 이들이 향후 실리콘밸리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패널들은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 들었다고 전제하며, 이 때문에 향후 이들 분야에서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최근 발표된 이 지역 기업들의 실적 보고서를 보면 “이제 빙하기가 지났다”는 성급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IT기업인 인텔과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시만텍(Symantec) 그리고 야후와 생명공학 기업 제넨테크가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예상보다 좋은 ‘성적’이었다.
세계적 투자은행 웰즈파고의 개인고객서비스 수석 투자전략가 아란 아델만은 “기업들의 영업 실적들이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며 “전 세계적 규모는 아니지만 애플·야후·제넨테크 같은 베이지역의 주요 하이테크 업체들을 보면 분명 장기적으로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아주 낮은 골짜기를 겨우 벗어고 있을 뿐”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이처럼 현지인들이 실리콘밸리 경기에 대해 내리는 ‘진단’은 ‘회복중’이라는 것, 그리고 ‘전망’은 ‘밝다’는 말로 요약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