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SI업체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 SI업체 작년 경영실적

 ‘믿었던 네가….’

 SI업계가 이달중 지난해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요 SI업체들이 기대를 걸었던 대형사업에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전망에 대한 잘못된 분석이 낳은 결과다.

 13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삼성SDS, LGCNS의 경상이익은 당초 목표인 6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250억원과 1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에 앞서 실적을 공시한 쌍용정보통신은 49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3사는 모두 ‘실패한 대형사업’의 짐을 떨쳐버리기 위해 지난해 실적에 손실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SDS는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HelfLine) 사업에서 15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이 사업은 지난 99년 보건복지부가 의약품유통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삼성SDS는 거래금액의 0.5%를 사용료로 가져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보공개를 꺼리는 의료기관의 불참으로 사업자체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삼성SDS는 270여억원의 구축비용은 물론, 지난해 들어간 100여억원의 운영비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수원지방법원이 ‘복지부는 삼성SDS에 사업비를 10년간 분할상환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지만 복지부의 이의제기로 당장 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 삼성SDS는 손실분을 실적에 일부 반영했다.

 LGCNS는 체육복표사업 ‘스포츠토토’에서 큰 낭패를 봤다. 당초 5년간 2조 8000억원 규모의 황금알사업으로 선전되던 스포츠토토는 사업운영비 고갈 등으로 현재 운영이 중단됐으며, LGCNS는 총 프로젝트 비용 747억원 중에 200억원 정도만 회수한 상태다.

 체육진흥공단측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사에 대출지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LGCNS는 나머지 500여억원에 대한 즉각회수가 쉽지 않다고 판단, 우선 300억원 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정보통신도 지난 99년 수주한 한국형 해군전술 지휘통제체계(KNTDS) 사업에 발목을 잡혔다. 당시 국방정보화사업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쌍용정보통신은 1000억여원 규모의 사업을 670억원에 수주하는 무리수를 뒀다.

 앞서 수주한 공군 자동화 방공체계(MCRC) 구축사업 경험을 살린다면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고 추가비용이 계속 발생하면서 결국 지난해 실적에 이를 반영했다. 쌍용측은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업규모로 볼 때 손실분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SI업체들이 대형사업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공공사업의 경우 대형 SI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후속사업 수주나 매출증대를 위해 SI업체 스스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선행분석만이 SI업계의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