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스타 CEO 마케팅

◆정혜숙 링크인터내셔널 사장 hschung@linklink.com

 

 휴렛패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IBM 루 거스너 전 회장,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스콧 맥닐리 회장, 이베이의 멕 휘트먼 회장,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 CEO(최고경영자)’라는 것이다.

 기업 가치에 있어 ‘CEO 브랜드’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위력적이다. CEO의 능력과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를 좌우하고, 기업 이미지가 기업 가치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야후는 제리 양을 이용한 CEO 마케팅이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 CEO’를 이용한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면서 CEO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CEO가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며, 투자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HP가 칼리 피오리나를 새 CEO로 발표하자 그날 오후 HP 주가는 2달러68센트 뛰었고, 그녀가 재직중이던 루슨트의 주가는 1달러87센트 떨어졌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투자 결정시 가장 중요한 요소 역시 CEO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9개 은행의 벤처투자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개 은행이 CEO의 자질과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PI(President Identity)의 성공적인 사례다. 안 사장은 벤처 CEO의 신화를 만든 주인공으로, 청렴하고 겸손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책을 발간함으로써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코스닥시장 등록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안철수연구소의 적정 주가를 산정하면서 CEO 프리미엄을 감안, 이례적으로 10∼20% 높여 가치를 인정해주기도 했다.

 CEO가 유명하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저절로 상승되는 것은 아니다. PR(Public Relatio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진기업에서는 전략적인 PI 프로그램을 통해 CEO의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PI는 기업 비전과 CEO 이미지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CEO를 통해 그 기업의 힘과 비전이 느껴질 때 PI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PI 구축에 성공하려면 CEO와 PR 부서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업과 제품 이미지를 만들어가듯, CEO 이미지 구축도 그에 못지않은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CEO는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깔끔한 복장과 훌륭한 매너는 기본이다. 덧붙여 인간적인 매력도 필요하다.

 한 중견기업 CEO는 우연한 기회에 PI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기변신작업에 들어갔다. 자신의 부족한 ‘표현력’이 늘 불만이던 그는 이런 부족함이 기업에 큰 손해를 준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선 PR 전문가를 통해 ‘경영의 필수과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PR와 언론대응법을 익혔고, 뒤이어 스피치와 코디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에서 능력과 멋을 겸비한 ‘CEO’로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바꿔간 것이다.

 CEO와 언론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대부분 PR부서나 홍보실에서 언론관계를 담당하지만, PR의 최고책임자는 CEO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모 기업 CEO는 다른 스케줄 때문에 기자를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해 자사에 관한 설명을 직접 해주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업의 대표가 직접 브리핑해주는 것을 들으면서 기자는 그 기업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스타’는 반짝 인기를 누렸다가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 CEO는 달라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명성관리(reputation management)에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CEO 브랜드’도 경륜있는 기업이 명성관리를 하듯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서만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스타 CEO의 신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