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Product Placement)이 BPL(Brand Placement)로 진화하고 있다.
PPL은 영화제작시 소품담당자가 영화에 사용할 소품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뜻하던 용어였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제품의 광고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남에 따라 광고를 노리고 영화에 제품을 등장시킨다는 의미로 더 친숙하다.
1945년 영화 ‘마일드리드 피어스’에서 존 크로포드가 버본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에서 상표를 부각시킨 이후 각종 영화에서 PPL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영화 ‘ET’는 PPL의 성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속에서 외계인 ET가 먹던 리스 피시스라는 초콜릿 과자의 매출 신장률이 영화개봉 3개월째 65%에 이르렀으며 같은 기간 이 과자를 판매하는 극장의 수도 600개에서 800개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단순히 제품만 광고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브랜드를 홍보하는 BPL이 추세로 자리잡았다.
△PPL, 미국에서는 이미 산업이지만 국내는 초기단계=PPL이 효과를 거두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PPL이 제작비 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총 제작비 1억달러 중 25%를 PPL로 확보한 것을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들은 평균적으로 총 제작비의 10%정도를 PPL 유치로 확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PPL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PPL시장 규모는 60∼100억원. 올해 한국영화 제작비가 평균 33억원이었던 것에 반해 한편당 평균 PPL유치금액은 5000만원으로 총 제작비의 1.5%에 불과하다. 아직은 ‘영화에 등장해서 많이 알려졌다’는 식의 관념적인 효과만 느끼고 있다. PPL계약 조건도 여전히 제작비 지원보다는 입장권 구입, 제품 무상지원 등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고 PPL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기존의 단발성 PPL에서 탈피, 일정기간동안 지속적으로 기업브랜드를 알리는 신개념 PPL로의 진화가 시작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PPL에서 BPL로=차세대 PPL은 광고주와의 장기계약이 핵심이다. 일정 기간동안 다수의 영화를 선정해 특정제품을 계속 등장시킴으로써 지속적으로 기업의 브랜드를 알려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차세대 PPL을 종종 BPL(Brand Placement)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애플컴퓨터가 영화사와 장기계약을 맺고 그 영화사가 계약기간에 촬영하는 모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를 자사 제품으로 채운 사례가 있다.
플래너스의 자회사인 아트서비스(대표 김정아)는 영화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차세대 PPL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이미 모토로라와 1년동안 시네마서비스가 제공하는 20편의 영화를 포함해 총 30편의 영화에 PPL을 제공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모토로라는 영화내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은 물론 영화 개봉시 관객들에게 영화에서 사용된 휴대폰을 경품으로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이처럼 차세대PPL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단순한 제품광고를 벗어나 통합 브랜드마케팅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올 여름 개봉했던 영화 ‘불어라 봄바람’은 좋은사례다. 경동보일러와 계약을 맺은 우디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준)는 영화 ‘내 짠돌이’ 캐릭터의 이미지와 경동보일러의 이미지를 동일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홈페이지, 대리점, TV 등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3주동안 84만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인지도 상승 효과를 거뒀다.
△전망=이같은 PPL의 진화는 궁극적으로는 영화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과거 PPL을 단순히 인지도 상승을 위한 제품 무상지원 개념으로 보던 기업들이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브랜드 관리를 보장받음으로써 실질적인 제작비 지원에도 적극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영화에만 의존하던 과거 PPL이 영화의 흥행결과에 따라 오히려 이미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중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PPL은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 체계적인 브랜드관리를 위해 영화의 시나리오 기획단계에서 PPL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영화 매트릭스에 핸드폰을 공급해 전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듯이 한편의 흥행영화가 가져오는 홍보효과는 엄청나다는 점에서 영화 속 PPL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단발성 탈피 브랜드 마케팅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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