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단지 `한숨 소리만`

설 연휴 계기로 폐업 도미노 사태 우려

 용산 전자단지가 전반적인 경기 불황과 PC업계의 도산·사업포기 등 잇따른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단지 내에 불어 닥친 최악의 유동성 위기와 함께 주요 부품유통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선풍까지 겹쳐 연중 최대 규모인 ‘겨울방학’ 특수 조차 실종되고 말았다. 여기에다 최고 10일에 이르는 설 연휴 때문에 용산단지를 찾는 방문객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이달중 매장의 20∼30%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부품유통사 유동성 위기=현주컴퓨터·세이퍼·로직스컴퓨터 등 중견 PC업체의 도산이나 사업포기 발표가 이어지면서 용산 소재 부품 유통업체까지 파장이 미치고 있다.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자금난 가중은 물론 부실 채권이 늘어나면서 현금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PC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주컴퓨터와 관련된 대금규모만 100억원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현금이 돌지 않았는데, 현주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금 결제가 1주일 가량 늦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주컴퓨터에 6억원을 결제받지 못한 한 부품유통사 관계자는 “일단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결제해 줬지만 앞으로가 큰 일”이라며 “중견·조립 PC회사 모두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품 유통회사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고 걱정했다.

 ◇세무조사 여파=지난해 10월 중순부터 20여 용산 소재 유통사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세무조사가 계속되면서 단지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유통업체인 M사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시작됐지만 관련 중간 유통상과 소매상 20여곳의 세금 포탈 혐의까지 포착되면서 조사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최대 85%가 추징금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추징세액도 상당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조사 대상업체가 포진해 있는 하드디스크 유통업계가 크게 위축됐을 뿐 아니라 이들 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해온 외산도매업체들도 유통망이 흔들리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품가격 상승=지난해 말 대만 정부에서 중개인세를 10%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를 한 데다 포스코마저도 소재 공급가격을 올릴 계획이어서 유통사로서는 이래 저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는 통보만 받은 상태로 실제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언제까지 마음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대만산 의존도가 전체 30∼40%로 예년에 비하면 많이 줄었고, 대만 현지기업과 직거래하는 딜러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면서도 용산단지 유통사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용산단지에서 PC매장을 운영해온 한 매장대표는 “PC 업그레이드 수요가 한계에 달했다”며 “조만간 휴대폰단말기 유통으로 업종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매장대표도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숨만 쉬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