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명공학 살리기

 생명공학 분야가 전세계 산업계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삶의 질 향상과 고부가가치 산업 형성의 키워드라는 말에도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생명공학이다.

이런 거창한 수식어를 가진 생명공학이지만 아직 우리는 생명공학 연구와 산업화의 토양을 갖추는 데 인색하기만 하다.

얼마 전 생명공학분야를 위해 만들어진 전용펀드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 투자돼 논란이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창투사는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 남은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으로 IT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투사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일을 진행했다. 남은 자산을 그냥 은행에 두는 것보다는 IT벤처기업에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환원해 주려는 투자회사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행동일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려는 사례 깊은 배려라는 평가까지 나올 만 하다. 수익을 내 이를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려는 창투사를 누가 비난하겠는가.

하지만 이 건은 우리 생명공학계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생명공학분야는 정보기술과 달리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산업분야로 인식된다. 하나의 신약을 만들기 위해선 10년이 넘는 노력과 수십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생명공학분야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1% 미만이며 도박에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조차도 “바이오 분야에서 성공확률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흔히들 말하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국내에는 600여 개가 넘는 바이오벤처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척박한 국내 바이오벤처 인프라에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IT벤처기업과 똑같은 잣대로 바이오벤처를 바라보는 현실에서 기술력만 있고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들이 개점 휴업 상태에 머물러 있다.

생명공학의 중요성을 역설해온 우리가 얼마나 이 산업을 이해하며 투자와 이익을 생각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