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OS `트론` 확산 경보

일본의 임베디드 운용체계(OS)이자 실시간(RT) OS인 트론(TRON)이 국내 휴대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 안착하며 세를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는 유비쿼터스시대 OS자리를 노리는 트론의 영향력이 확산되면서 OS의 일본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3대 반도체업체인 르네사스 한국지사 관계자는 “트론을 채택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SH모바일시리즈(르네사스)가 이 시장의 50%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동영상 등을 운용하기 위해 베이스밴드칩과는 별도로 하이엔드 휴대폰에 채택되는 칩이다.

 휴대폰업계 한 관계자는 “팬택계열을 비롯해 SK텔레텍·LG전자 등이 르네사스의 SH모바일시리즈를 쓰고 있다”며 “그만큼 트론이 널리 퍼져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트론’이란=지난 84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트론은 20년 간 일본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MS)·선마이크로시스템스·몬타비스타 등과 힘을 합쳐 ‘T윈도’ ‘T자바’ ‘T리눅스’ 등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비쿼터스 시대의 OS로 ‘윈텔(윈도+인텔)’ 이후의 패권을 노리는 일본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국내 진출 현황=휴대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내장된 RTOS는 트론의 변형인 ‘마이크로(μ) I트론’이다. 트론은 정책적으로 오픈 소스를 지향,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전자제품이나 칩에 적합하게 변형해 OS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대부분 트론을 채택하고 있어, 일제 칩이나 전자제품을 사용할 경우 트론이란 OS를 곁에 두고 있는 셈이다.

 히다찌코리아의 관계자는 “SH모바일시리즈의(한국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내) 시장점유율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50% 정도로 추정되며 여기에 모두 트론이 내장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휴대폰 이외에도 카내비게이션, 팩토리오토메이션(FA) 등의 제품군에도 트론이 이미 쓰이고 있다”며 “모 업체의 디지털캠코더도 트론을 임베디드OS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론을 둘러싼 논란=업계 한 전문가는 “트론이 오픈소스이며 로열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다르다”며 “스펙과 커널만 오픈할 뿐, 실제 트론에 기반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필수적인 미들웨어 등은 무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트론 관련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은 대부분 일본업체들이 개발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어떤 형태로든 예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국산 임베디드OS의 설 땅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간 국내에서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큐플러스’, MDS테크놀로지의 ‘밸로스’ 등 임베디드OS의 개발 열기가 뜨거웠으나 정작 시장이 없어 사장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단의 대비책이 없는 한 국산 임베디드OS가 트론에 맞서기 힘들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 엔지니어는 “트론이 대세라면 국산 OS를 키우는 데 주력할게 아니라 트론을 변형한 새 OS나 핵심 미들웨어 개발에 나서 우리 몫을 챙기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상품개발자나 임원들이 트론이란 존재를 모른채 제품을 개발하는 현실”이라며 “직접 개발을 하는 엔지니어들만 트론을 이해할 정도며, 이 마저도 향후 파급력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전망=트론이 국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전문가는 “일본 전자업계의 힘과 MS·선·오라클 등 주요 IT업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트론의 세계화는 순풍을 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트론의 확산 및 개발을 위한 단체인 T엔진 포럼에는 이미 전세계 45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ETRI·삼성종합기술원·SK텔레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트론을 명확히 알고 이에 대한 전략을 짜야 향후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서 트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