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유무선 통신시장의 윈윈 조건

훌륭한 어항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항 속에 있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의 영양상태를 배려해 균형상태를 만들어 줘야 한다. 배부른 물고기는 잘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항의 질서를 망가뜨려 놓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산업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통신시장은 무선의 경우 지난해 13조2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32조3000억원 규모로 발전하는 반면 유선은 10조8000억원에서 11조1000억원으로 정체상태를 지속할 전망이며, 2008년 이통시장이 전체의 74%를 차지해 유무선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776가 예상한 바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앞으로 나올 신규 서비스가 무선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무선 간 시장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규사업 개발에 골몰하고 있으며, 최근 휴대인터넷(와이브로166·WiBro166)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이라고 판단, 유선사업자는 물론 무선사업자도 잇따라 사업권 획득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통신시장은 포화 정체 상태며, 특히 유선통신시장의 경우 그런 현상이 심화돼 마치 여름날 곪아터진 상처처럼 쳐다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이 3위인 두루넷, 시외·국제전화·초고속인터넷 등을 제공하는 종합통신회사 온세통신 등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마저도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며, 점차 줄어들고 있는 ‘파이’를 서로 차지하려는 유선사업자들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유무선시장의 격차는 더욱 커져 유선업계에서는 제2, 제3의 법정관리 업체가 속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유무선 통신시장이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 부문의 영양상태를 적절히 배려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통신시장에서 유선시장으로의 진입은 이미 개방돼 있고, 주파수를 매개로 하는 무선시장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아 유무선 융합시대에는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는 무선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확대 재생산이 불가능한 국내 육상 이동통신 주파수의 81.6%를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편중 현상을 고려할 때, 유무선 컨버전스시대에 유무선 사업영역 간의 시장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인 와이브로 사업권마저 기존 이통사업자들이 확보하는 경우, 유무선 복합시장에 있어 유선사업자들의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휴대인터넷 서비스와 경쟁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WCDMA, cdma 2000 1x EVDV 등의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는 이통사업자는 선택적 대안으로 접근책을 모색하지만, 유선사업자의 경우에는 생존을 다투어야 하는 필수적인 대안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G 사업권을 갖고 있으면서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이통사업자에 휴대인터넷 사업권까지 부여할 경우 공정경쟁은 물론 정부 허가정책의 제1 목표인 ‘휴대인터넷 서비스 활성화’ 달성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 기준의 근간을 3G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신규 사업자 대상에 두고 있는 등 적절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3G 산업의 투자 촉진을 유도, 통신산업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음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홍현성 하나로텔레콤 사업개발2팀장 hshong@han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