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중앙부처 소속인 A과에서 업무에 필요한 컴퓨터와 프린터, 관련 오피스 및 백신 소프트웨어 등을 구입했습니다. 이는 국가정보화 예산일까요.
답) 그때 그때 달라요.
요즘 회자되는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아니다. 일선 국가기관에서 실제로 흔히 목격되는 상황이다. 국가 예산에는 각 부처마다 기획예산처가 부여해 준 ‘예산코드’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정보화예산 항목으로 잡혀 있는 별도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예산업무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부내 전산품 수용비인 ‘기본사업비’로 편성할 수도 있고, 정보화사업 예산액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산처에서 ‘내년도 정보화예산을 집계해 달라’는 협조공문이 내려 오면 각 부처 담당 공무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당 데이터를 뽑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이는 매년 이맘때쯤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되는 ‘내년도 정보화 예산액’의 규모가 집계주체에 따라 수천억원씩 차이 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달 공공정보화전략 콘퍼런스를 통해 내년도 정보화예산을 총 2조7645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정보산업연합회가 총리실 산하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정보화 예산액은 3조5158억원에 달했다. 내년도 전자정부 31대 지원사업의 소요예산이 1943억원이니, 그 차액으로만도 전자정부 사업을 100대 과제로 늘릴 수 있는 재원이다. 이에 대해 예산처는 “부처별로 정보화항목 집계분야가 상이한 데 따른 것일 뿐, 사업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 스스로가 예산 집계상의 오류와 부실을 인정한 꼴이다. 일선 부처의 예산 담당 공무원도 “각 과의 수용비에 녹아 있는 전산·정보화 예산만 해도 엄창난 규모일 것”이라고 시인한다. 예산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고, 그 쓰임에는 한 치의 오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달은 연말 수당 등으로 공무원들의 월급봉투가 1년 중 가장 두둑해지는 달이다. 본인의 월급명세에 집계상의 오류가 발생해도 이토록 무관심할 수 있을까.
다시 문제다. 대한민국 정부의 한 해 국가정보화 예산액은?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다.
컴퓨터산업부·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