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 이제 다시 뛰자

로또의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벤처의 성공 확률은 얼마일까.

 벤처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들은 내용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사업계획서로 정리되는 확률은 1%, 다시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을 확률은 1000개 중에 6개, 투자받은 회사 10곳 중 1곳 정도가 상장된다고 한다. 결국 아이디어가 상장될 확률은 100만분의 6에 불과하다. 로또의 당첨 가능성과 비슷한 것 같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고 야단이다. 최근 어느 식당에 갔다. 종전에는 손님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손님이 급증했다. 메뉴를 고객 입맛에 맞추고 대신 가격을 조금만 올린 것이 주효했다.

 벤처 열풍이 몰아치던 2000년 모 언론사의 신년특집으로 당시 대기업에 다니던 필자는 ‘굴뚝이 벤처에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바 있다. 주 내용은 ‘한방에 떼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꿈을 버려라. 경영 기본에 충실하라. 좋은 기술이 아니라 팔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라’ 등이었다. 앞에서 예를 든 식당을 보더라도 이 내용은 아직 유효하다.

 벤처업계 한 CEO는 요즘 몇 년 사이 국내에 DVR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무려 130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창의력이 부족하고 용기도 부족한 카피형 벤처가 난립하는 상황에선 그 어떤 유망 벤처기업이라도 살아남기 힘들다.

 필자도 벤처기업 경영인이 된 지 3년이 지났다. 벤처는 예나 지금이나 모험이라는, 소화하기 힘든 먹이를 먹고 사는 질기지만 죽기 쉬운 동물과 같다. 벤처기업 스스로 환경 탓을 하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 처절한 반성과 철저한 패인 분석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한때 주위에 먹이가 많아 주는 것만 먹다 보니 일시적으로 벤처의 야성이 사라졌던 것뿐이다.

 벤처는 돈이 없어 망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제대로 된 핵심 기술이 부족하거나 기술은 있어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거나 윤리 의식이 부족했거나 또는 창의력·자기진화 등 총괄적인 경영능력이 없어 실패하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제2 벤처 중흥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귀중한 자원을 더는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유망한 벤처가 열심히 뛰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생태계형 수요 창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는 건전한 투자 환경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의 종합지원형 벤처캐피털이나 요소기술 판매형인 이스라엘 모델 그리고 신중한 일본형 등 여러 곳의 장점을 따오고 우리나라 특유의 기질을 잘 혼합한 한국형 모델을 중장기 과제로 계속 개발·진화시켜야 한다.

 현재 이광재 의원 주창으로 중소기업청·KOTRA·벤처협회 그리고 대기업 종합상사 퇴직 임직원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벤처업체 해외 마케팅 후원도 훌륭한 방안으로 사료된다. 벤처는 부족한 경험과 지식을 보완하고, 대기업 퇴직 임직원은 사장돼 있는 귀중한 경험을 나누는 상호 윈윈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자칫 상실감에 빠지기 쉬운 수많은 조기 퇴직자에게 제2 인생 부활이라는 기회를 제공하는 탁월한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갈 훌륭한 운영그룹을 구축해 하루빨리 가동되길 바란다.

 한편 장기적으로 유망하지만 당장 돈이 없는 벤처를 위해 기술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평가력과 종합적인 경영 지원이 가능한 벤처캐피털을 육성해야 한다. 만약 시일이 촉박하다면 외국의 유수 벤처캐피털 및 국내 기술신용보증기금 등과 연계해 공동 투자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리스크와 공정성 시비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의 탓을 할 여유가 없다. 모두 희망을 이야기하자. 이젠 왜 안 되는지를 말하지 말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뛰면서 해결하자. 자신감을 회복하고 힘차게 뛰어야 할 시간이 됐다.

<김봉관 엔투비 사장 bkkim@ento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