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보가전시장의 최대 화두는 역시 컨버전스다.
이미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소비자정보가전전시회(CES)에서 가전부문은 통신과 방송, 컴퓨터와 융합되면서 다양한 파생상품을 등장시켰다. DVD플레이어가 내장된 LCD TV, 셋톱박스·HDD·DVD리코더 일체형 가전제품, 네트워킹 기능이 강화된 IPTV 등이 나오면서 정보가전 컨버전스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해일이 되고 있다.
컨버전스에 대한 주장은 자주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의 컨버전스가 종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자’가 전면에 부상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그간 제조업체가 만든 신기술을 토대로 상품을 ‘소비’하는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컨버전스 시대에서 소비자는 상품을 단순 소비하는 개념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계층으로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컨버전스 제품에 대한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편리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파워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트업체뿐 아니라 인텔, TI 등 세계적인 부품회사들에까지도 미치고 있다. 이들 부품업체는 최근 아예 부품 기획에서부터 소비자의 실생활을 염두해 둔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어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품을 통해 소비자의 문화와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란 것을 깨닫고 있다.
◇누가 소비자와 교감하는가=‘가로본능’을 강조하는 ‘가로보기 휴대폰’이 나왔다. 가로본능은 인간의 시각이 상하보다는 좌우가 넓다는 점에서 인간의 문화코드를 읽은 제품이다. 이런 제품은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도 소비자 기호에 따라 출시됐다. 그간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는 독자적 사업영역을 가지며 소형 정보가전 시장을 주도하는 효자상품이었다. 그러나 이들 제품도 ‘0과 1’로 압축과 전송이 가능한 디지털 시장에서는 하나로 통합됐다. 이런 추세라면 노트북PC, TV, 전자사전 등이 하나로 묶여질 날도 머지않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산업군과 서비스군, 소비자가 하나로 묶여지는 통합·융합의 시장에서는 독자적인 사업영역이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미 디지털 컨버전스에서는 다양한 사업구도가 한데 어울려 경쟁을 하고 있다. 제품 간의 통합이 아니라 마케팅, 유통라인도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통합의 최상층부에는 소비자가 있다. 기업들은 지금 인간의 실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문화형태를 분석, 컨버전스 흐름을 잡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소비자의 코드를 읽는 작업, 그것은 결국 소비자와의 교감이며 2005년 컨버전스를 주도하는 우리기업이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복합기, 대세다=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군이 올해 승부수를 띄우는 부문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복합기 제품이다. TV의 경우 인터넷은 기본이고 지상파·케이블·위성 TV도 수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녹화기능, 그것도 HD급 고선명을 장시간 녹화할 수 있어야 한다. TV단말기 하나로 모든 세상과 연결되는 TV포털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미 시험은 시작됐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대우전자, 휴맥스, 레인콤, 이레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의 정보가전제품에 네트워크 기능과 타 기기와의 인터페이스를 강조한 통합제품들을 속속 출시중이다. LG전자는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디지털케이블 방송·이동통신이 가능한 미국 디지털케이블 데이터방송 규격(OCAP:Open Cable Application Platform)의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디지털케이블방송을 구현하는 디지털 셋톱박스에 블루투스 모듈을 탑재, 블루투스폰과의 근거리 통신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만든 휴대형 DMB TV도 볼 만하다. 6인치 화면에 LED LCD 패널과 디지털 방송 수신에 적합한 16 대 9 화면비를 실현하여 실감나는 화질의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이 제품은 MP3 재생·내비게이션(GPS) 기능·디지털 카메라와의 연결을 통한 포토 앨범 기능도 갖췄다.
TV냐, 휴대폰이냐, MP3플레이어냐, 텔레매틱스냐, 디지털카메라냐, 냉장고냐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