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나스닥 열풍이 불고 있다. 2003년 중소·벤처업계 최초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웹젠에 이어 ‘라그나로크온라인’ 개발사 그라비티가 최근 ‘나스닥행’에 동참했기 때문.
글로벌 벤처기업의 ‘보증수표’라는 나스닥에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두개 기업이 상장함으로써 나스닥을 지렛대 삼아 ‘어메리칸 드림’을 구현하기 위한 업계의 발걸움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온라인게임 종주국 대한민국이 나스닥 상장을 통해 ‘게임 종주국’ 미국에서 그 위상을 당당히 과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 왜 나스닥인가
나스닥은 뉴욕증시(NYSE)와 함께 미국 증권시장의 양대 축 중 하나다. 특히 나스닥은 벤처비즈니스의 본고장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IT, BT 등 전세계 첨단 기술기업들이 대거 상장돼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첨단 기술주들의 경연장.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은 미래산업, 하나로통신, 한국전력, KT, SK텔레콤, 웹젠, 신한지주, POSCO, 우리금융, 국민은행, LG필립스LCD, 그라비티 등 각 업종별 국내 대표기업들이다. 벤처기업으로는 웹젠과 그라비티가 유일하다.
국내 기업들이 나스닥에 등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나스닥 프리미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계 첨단 기술주의 상징인 나스닥에 명함을 올림으로써 글로벌 브랜드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 전세계 투자가들과 기업인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나스닥에 주식을 공개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는 결국 마케팅이나 고급 인력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 실제 현재 전세계 23개국에서 ‘라그나로크’를 서비스 중인 그라비티는 나스닥 상장을 무기로 올해 서비스국가를 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한 안정적인 운영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도 나스닥 상장 프리미엄 중 하나다. 나스닥은 시장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수 억달러의 공모 자금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실제 2003년 웹젠의 경우 나스닥 상장으로 1500억원 이상의 거금을 확보하며 메이저 게임 개발사로 발돋움했다.
그라비티 역시 국내 상장을 거치지 않고 나스닥 직상장을 통해 1억달러 이상의 자본을 거머쥐며 엔씨소프트, NHN, 웹젠 등과 함께 여유자금, 소위 보유 ‘총알’이 1000억원이 넘는 메이저기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나스닥 상장은 관련 정보 등 글로벌 소싱이 가능하고, 경영 시스템 전반을 글로벌 스텐다드에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
# 나스닥을 향해 뛴다
웹젠에 이어 그라비티가 나스닥에 입성함에 따라 국내 게임업체들의 나스닥 진출을 앞으로 붐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종주국 프리미엄’이 상당한 온라인게임 개발사와 글로벌 포털을 꿈꾸는 인터넷업체를 중심으로 테마주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그라비티가 나스닥 직상장의 쾌거를 이룸에 따라 상장기업군은 물론 비상장기업군 중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발기업을 중심으로 나스닥 진출을 노리는 업체가 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가로 나스닥 진출이 예상되는 게임업체는 NC소프트와 NHN이 꼽힌다. NC소프트의 경우 이미 ‘리니지’와 ‘리니지2’로 세계 온라인게임시장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데다 이미 나스닥에 진출한 웹젠이나 그라비티에 비해 실적이 월등히 앞서 나스닥 진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년부터 ‘리니지2’와 ‘시티오브히어로즈(COH)’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어 독자 또는 미국법인을 통한 나스닥 입성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 샨다가 나스닥에 진출한 것을 상당히 신경쓸 것”이라며 “특히 ‘길드워’ ‘타뷸라라사’ 등 앞으로 나올 기대작들의 경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어서 엔씨가 어떤 식으로든 나스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에 중국 아워게임을 인수하며 글로벌 게임포털을 선언한 NHN 역시 나스닥행을 물밑 추진중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NHN은 특히 일본법인인 한게임저팬이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인 데다 올해부터 미국 시장 진입을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여 나스닥 연계 가능성이 높다.
이들 외에는 넥슨과 위메이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비엔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다수의 대박 타이틀을 보유하며 일약 세계적인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인정받고 있는 넥슨은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나스닥 직상장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미르 시리즈’ 개발사 위메이드 역시 중국시장에서의 대박을 토대로 글로벌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나스닥 추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분류된다.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
나스닥 입성이 잇따르면서 국내 게임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전망이다. 우선 나스닥 기업의 잇따른 등장으로 개발, 마케팅, 서비스 등 전반적인 게임 제작 및 운용 시스템의 글로벌화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자금줄을 확보하며 전체적인 기획부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웹젠, 그라비티 등이 이미 차기작 개발 및 퍼블리싱 과정에서 글로벌 소싱 및 마케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나스닥 상장을 통해 거금을 확보한 메이저 개발사들이 자체 개발 또는 해외 블록버스터급 게임 퍼블리싱을 통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자본력이 달리는 중소 후발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게임업체들이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벤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잇따라 나스닥에 진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위상 강화와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해 게임강국으로 가는길을 앞당기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