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TV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셋톱박스의 성장 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셋톱박스의 기본 기능이 디지털TV에 탑재된 ‘셋톱 일체형 DTV(Integrated Digital TV)’가 보편화될 경우 셋톱박스 단일 제품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연방위원회(FCC)가 36인치 DTV에는 반드시 셋톱박스를 탑재하도록 공고, 이같은 분위기에 불을 당기는 듯 했다.
가격경쟁도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기우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일체형 DTV가 차지하는 영역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한 탓이다. DTV에 케이블과 위성 셋톱박스를 장착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높을 뿐 아니라, 유럽에서는 셋톱박스를 DTV와 완전 별개로 구입하는 층이 절대적으로 많다. 더욱이 PVR이니, HD셋톱이니, IP셋톱이니 하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셋톱박스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저가 제품에서는 가격경쟁을 피할 수 없겠지만, 이들 고부가 제품은 완전한 ‘성역’이다.
올해 세계 셋톱박스 시장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PVR이나 HD셋톱과 같은 하이엔드 셋톱박스가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 방송사업자의 경우 PVR을 이용한 디지털 예약녹화 및 VOD를 계획하고 있고,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2006년 월드컵에 대비해 HD방송 전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맞춰 PVR 기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기능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다채널(최대 6채널) 동시녹화 기능이나 홈시큐리티용 DVR 및 인터넷을 통해 원격감시와 댁내 셋톱박스를 제어할 수 있는 RMCS(Remote Monitoring and Control System) 기능 구현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IP셋톱박스도 올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일본과 독일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지역 통신사업들이 연내에 IP TV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아래 실무작업에 한창들이다.
하지만 셋톱박스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홈미디어센터(HMC)’에 비한다면 이들은 셋톱박스의 초기 모습에 불과할런지도 모른다. 디지털 방송 수신 기능이 고화질 영상 저장, 원격제어, 홈시큐리티, MP3 재생, DVD,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결합해 가정의 핵심 디지털 가전기기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HMC의 기본 개념이다.
그렇다고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속도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셋톱박스의 가능성을 높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