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산업은 정보시스템과 조직 프로세스의 통합을 통해 조직 성과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 SI산업의 사업 추진 방식은 건설산업과 많이 닮았다. 실제로 SI산업의 많은 규정이나 관례는 건설산업을 벤치마킹해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방법론에서는 많이 다르다. 건설산업은 엔지니어링 업체가 발주처의 요구를 바탕으로 설계도면을 만들고, 시공업체는 설계도면대로 시공하고, 감리업체는 도면에 따라 적절히 시공이 이루어졌는지를 감리한다.
반면 SI산업은 시스템 구축업체 수행팀원의 일부가 발주처 요구를 분석해 설계하고, 같은 수행팀원이 설계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계 단계에서는 물론이고 구축 단계나 심지어는 완료 이후에도 사용자의 요구가 계속 변하거나 구축된 시스템과 설계문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감리업체는 설계에 따라 시스템이 적절히 구축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져 결국 시스템이 별 이상 없이 돌아가면 긴급하지 않은 사항 몇 가지를 지적하는 것으로 타협하기도 한다.
직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개발자로 입사한 뒤 단순 코딩부터 시작해 경력이 쌓이면 전문 지식도 없이 분석·설계를 하고, 경력이 더 쌓이면 작은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사실 디자인 영역이 별도로 분리된 것도 웹이 보편화된 최근 몇 년 사이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의 고급 인력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SI산업에서도 컨설팅, 시스템 구축, 감리 등으로 분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이들 간 연관성이나 일관됨이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시스템 구축에서 분석·설계·구축·시험 등의 단계는 여전히 SI업체의 몫으로 남아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정보전략 수립에서 유지보수·운영단계까지 단계별로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보화전력계획(ISP)에서 수립된 정보전략이 업무재설계(BPR)에 반영되어야 하고, 설계는 이와 동떨어져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업체에서는 설계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리업체는 설계에 따라 적절히 시스템이 구축되었는지를 점검함으로써 일관성 있고 합리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정비와 이를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법론 및 도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전략 수립, 주요 비즈니스, 정보, 응용시스템, 기술전략 및 이들 요소가 업무와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 등을 총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범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보기술아키텍처(ITA) 확산 작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ITA는 국가 정보화 사업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IT의 체계적 관리 및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 의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한다. ITA뿐만 아니라 전략 수립, 업무절차 정의 그리고 IT 구조 등을 아우르는 보다 큰 개념으로 접근해 SI산업 전반에 적용되기를 바라며, 개념과 제도를 뒷받침하는 머리와 손발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 정비, 소프트웨어 도구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A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도구는 조직 내 이용자 그룹별로 EA에 대한 뷰를 일관성 있게 제공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뷰를 제공해야만 업무관리자와 정보시스템관리자가 조직을 위한 EA를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하고 궁극적으로 전략과 업무 프로세스, 정보시스템의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투자 대비 효율(ROI) 극대화를 지상 목표로 삼고 있다. SI산업의 변화는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산업의 경쟁력 강화 이전에 존립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파악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며 제도적인 기반도 갖추어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박병용 지산소프트 대표 bypark@ji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