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는 1960년대 초 발명된 이후 새로운 응용분야를 다양하게 창출해 왔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D와 DVD, 광통신전화, 발표장에서 사용하는 레이저 포인트 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980년대 중반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입어 레이저 출력은 해마다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실험실 테이블에 설치된 소형 레이저의 순간 출력이 전세계 발전용량을 능가할 정도로 향상됐다. 레이저 기술의 눈부신 진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레이저 플라즈마 분야다.
레이저 플라즈마란 강력한 레이저 광선이 기체나 고체 등에 닿았을 때, 레이저의 강력한 전기장에 의해 그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내부의 전자들이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연구 분야지만 기술 선진국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응용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초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핵융합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레이저 핵융합은 초강력 레이저 빔을 사용하여 지름 1㎜ 정도의 극소형 용기 속에 들어 있는 수소 원자핵들을 강력하게 압축하는 것으로, 고도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한다. 레이저 핵융합에 의한 폭발은 극소형 수소폭탄의 폭발력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연구가 이루어지는 추세다.
최근 선진국들의 기술동향을 살펴보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출력 레이저의 또 다른 응용 분야로는 전자나 이온 등의 하전입자들을 아주 짧은 거리에서 고에너지로 가속화하는 차세대 가속기 관련 분야가 있다. 세계적인 학술잡지인 영국 네이처는 지난해 12월 ‘올해의 10대 과학뉴스’의 하나로 차세대 가속기 분야 연구를 선정하기도 했다.
기존 가속기들은 대부분 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의 전기장을 사용하여 하전입자들을 가속화한다. 이와 달리 레이저 플라즈마를 이용하면 100배 내지 1000배 정도 더 강력한 전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머지않아 테이블탑 소형 고에너지 가속기의 실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세계의 많은 과학자는 고출력 레이저를 특정 물질과 상호 작용시켜 X선을 발생시키거나, X선 영역에서 발진하는 레이저 연구도 수행중이다. 레이저가 특정 물질과 상호 작용해 발생하는 X선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레이저 플라즈마를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포항공대, 한국원자력연구소, 광주과학기술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정부의 지원과 자체 예산을 투입하여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우리가 기술 선진국들에 비해 연구 역사는 짧지만, 세계적인 성과에 근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우리 과학자들의 소명의식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레이저 플라즈마 응용과 관련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높고 험하다. 그 가운데 훌륭한 능력을 가진 전문 연구 인력이 매우 부족한 게 문제다. 석사와 박사급 고학력 실업자들이 넘쳐난다고 하지만 레이저 플라즈마 관련 첨단 원천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우수 연구 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 활동의 중요한 요소인 연구비 역시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은 첨단 기술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레이저 플라즈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준 높은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다. 이 분야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의 젊고 우수한 청소년이 레이저 플라즈마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이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훌륭한 인재 배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연구에 필요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석희용 한국전기연구원 플라즈마가속기연구단장 hysuk@k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