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찌라시`단속과 선진 신뢰사회

 15일 오후 과천 중앙청사 법무부 제3 브리핑실. 법무부·경찰청·정통부가 공동으로 담화문을 발표하는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일명 ‘찌라시’라는 사설정보지를 통해 허위정보가 유포돼 개인의 명예와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는 정도가 지나친만큼 관계 기관이 손을 잡고 대대적으로 엄중 단속에 나서겠다는 것.

 “찌라시에 거명된 사람이 정치인, 공직자, 사회지도층 인사 등 공인일 때 민주주의적 의사결정과정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됩니다. 사실에 기초를 두지 않은 정보에 의해 소모적 논쟁을 거듭하는 것은 국력 낭비입니다.”

 민주사회 결속을 저해하는 국론분열적 행위와 국가신인도 저해라는 언급도 나왔다. 마치 군부독재시절 전국민에게 적색경보령을 내리는 담화문과 같이 삼엄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정작 관계기관이 내놓은 대책은 배경 설명과 사뭇 달랐다. 이달 말까지 계도기간을 가진 뒤 내달부터 3개월 간 증권가를 중심으로 찌라시를 배포·유통하는 자들을 조사, 구속 처벌하겠다는 것. 특히 상업적 목적으로 기업의 주가 등에 피해를 주는 기업형 사설정보지 업체들이 우선 단속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인터넷 ‘퍼나르기’ 등은 친고죄에 해당하고 의도성이 불분명해 ‘계도’에 집중한다는 설명이었다. 대신 X파일처럼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을 경우는 자의적 수사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찌라시 단속은 그동안 검·경이 각각 또는 공동으로 10여년 간 때 되면 하는 연례행사였다. 수사 결과 발표나 법적 처벌도 거의 없었다. 구시대의 유물 같은 일을 참여정부가 또다시 합동수사라는 이름으로 들고 나온 것은 왜일까.

 외형으로는 ‘선진신뢰사회 달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브리핑 내용은 정치적 흑색선전을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 법무부 당국자는 사례를 설명하면서 작년 국감 때 모 국회의원이 찌라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 관료들 신상 문제에 대해 질타를 가한 것을 언급했다. 도를 넘어선 극명한 사례의 하나라면서 스스로 그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애매한 국민을 상대로 윤리교육과 자정캠페인을 벌이겠다며 담화문까지 발표하니 군색하기 짝이 없다. 당국자 말대로 “3개월이면 확실히 청소할 수 있을 것”을 그동안은 왜 제대로 안했나 새삼 궁금해진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