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WEG(World E-Sports Games) 2005’ 1차시즌 결승전이 치러진 중국 베이징 광안체육관은 1200여명의 관객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e스포츠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기는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높았다. 주최 측인 아이스타존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입장권을 배포한 지 2시간 만에 7000장이 동났고 무료로 배포된 입장권은 무려 350위안(한화 4만3000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경기 당일에는 중국 각지에서 3000여명이 행사장에 몰려들어 1800명 가량은 입장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만 했다. 또 입장객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한국의 프로게이머가 호명되자 체육관이 떠나갈 듯이 환호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특급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였다. 앞으로 한국의 게이머가 ‘한류’를 이끌 것이라는 예감도 들었다.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였듯 프로게이머도 해외에서 스타로 대접받는 시대가 머지않은 듯했다.
다만 중국 공안당국의 지나친 대회장 통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사 직전 전국인민대표자회의가 열린 탓도 있겠지만 당국의 태도는 횡포에 가까울 정도였다. 정치적인 환경이 시대적인 환경 변화에 뒤처져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번 WEG 대회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e스포츠 분야에서 중국의 엄청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막대한 시장규모와 현지인들의 게임에 대한 열기로 볼 때, 중국이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을 따라 잡을 날도 머지않았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한국이 그동안 축적해 둔 시스템과 노하우를 유지 발전시키면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당국의 정책적인 지원과 e스포츠 확산을 위한 유연한 시스템의 도입 등이 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아직도 사회 전반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게임 또는 게이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해소일 것이다. 연예인을 ‘딴따라’라 무시했지만 이들이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듯 게이머들도 조만간 이에 못지않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중국)=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