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온라인 문화 패권주의을 경계하라”
자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구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문화 패권 주의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독일·스페인 등 유럽 각국이 협력해 유럽의 문학 작품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화 작업을 함께 추진할 것을 호소했다고 AFP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를 위해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주 르노 도느디유 드 바브르 문화장관과 잔 노엘 국립박물관장에게 “프랑스와 유럽의 방대한 장서들을 전세계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신속하게 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배경=올들어 미국의 구글이나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지식 데이터베이스화 및 온라인화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프로젝트가 미국의 문화나 가치관을 확산시킬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의 ‘서치 인사이드 더 북’과 ‘구글의 프린트 프로젝트’다. 특히 구글이 추진중인 프린트 프로젝트는 하버드대학, 뉴욕 국립도서관,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등 세계 굴지의 대학 도서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서적을 디지털화 하는 범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 지식 재산의 온라인화 작업이 완료돼 서비스에 들어가면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의 온라인 검색서비스 업체인 구글이 영어문화권에 속해 있는 5대 도서관 소장 도서 1500만권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뉴스를 들은 직후 유럽 문화와 지적 자산을 전세계인이 공유할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반미 정서가 큰 영향=미국 문화 패권주의에 대한 두려움은 2차 세계대전 기간 츄잉껌이 프랑스에 전해진 이후 프랑스에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 문화에 대해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데, 현재도 영화와 음악, 문화산업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보조금 지급은 물론 복잡한 법률체계를 만들어 미국 문화를 경계하고 있다.
프랑스가 선도하고 있는 문학작품의 온라인화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잔 노엘 국립박물관장은 르몽드에 기고에서 “45억 페이지의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구글 프린트 프로젝트는 학술연구기관이나 가난한 나라에는 큰 이득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이슈는 미래 세대가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미국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황 및 전망=프랑스는 현재 구글의 서비스와 비슷하지만 규모는 매우 작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갈리카 프로젝트’로 알려진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약 8만여개의 작품과 7만개의 이미지들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19세기 신문에 대한 검색 서비스를 조만간 제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2억달러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인 구글의 프로젝트에 비해 100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시라크 대통령은 유럽국가 연합의 참여를 호소하며 재원조달에 대한 방법을 찾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르노 장관은 몇몇 유럽국가들의 전문가들과 만나 조언을 구할 예정이며 5월에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럽인 문화주간에서 그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