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강국에서 정작 빠진 것

 성황리에 개최된 월드ICT서밋과 서울디지털포럼 그리고 IT학문의 올림픽이라 불릴 만한 IEEE ICC총회까지. 이번 주에만 수천명에 이르는 세계적 IT전문가가 한국을 다녀갔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은 디지털의 미래 비전을 세우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IT인프라 구축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한국의 디지털혁명은 역사적으로 보면 인쇄술(직지심경)에 이어 두 번째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세계적 기술 발전에 기여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그러나 정작 디지털의 최첨단 국가라는 한국엔 디지털 세계의 미래를 그리는 전문가가 없다. 세계 석학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현상(Broadband Wonderland : 포천지 2004년 9월)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해석하고 있지만 한국의 학자들과 기자들은 이들의 말을 번역하거나 주워담기 바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존 나이스빗이 역시 ‘IT전도사’라는 격찬을 들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앨 고어도 디지털전도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거액의 개런티와 함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기막힌(또는 혁명적인) 사회 현상에 대해 왜 한국인들은 정작 해석하지 못하고 둔감한 것일까.

 디지털 사회가 가져올 한국사회의 변화를 미국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나 제러미 리프킨, 존 나이스빗, 피터 드러커, 다니엘 벨 등의 한마디 한마디에만 의지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학계의 식민지성, 문과 학문과 이과 학문의 확연한 구분, 융합 학문의 부재, 미래연구에 대한 경시, 기술에 대한 무지 등이 떠오르지만 명확한 이유는 없다. 이 모두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구호는 IT 분야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를 수출해 왔지만 학문을 수출해본 적은 별로 없다. 외국 석학들의 말을 종합해 보건대 이제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최소한 미래연구에 대해서는) 학문적 ‘대가(大家)’가 나올 토대가 마련됐다. 로열티나 번역료는 이제 그만 낼 때가 됐다.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