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I업계 하도급법 위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형 SI업체와 중소 협력사 간의 계약 관행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한소협)에 발송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관련 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시정 공문이 지난달 대형 SI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불공정거래행위 여부’ 조사 결과 공개에 앞서 발송됐다는 점은 SI업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시각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정위 시정 공문=공정위는 최근 한소협에 보낸 ‘SI산업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에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우선 대형 SI사들이 중소 하도급업체에 프로젝트 제안서 작성을 위탁할 때 “하도급법상의 하도급 계약을 우선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하도급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하도급사업자에 제조 등의 업무를 위탁하지 않고 단순히 인력을 공급받는 것은 하도급거래가 아니며, 하도급 계약이 아닌 별도의 인력공급에 관한 계약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공정위 조치는 두 가지 결론으로 이어진다. 우선 SI업체는 앞으로 협력사에 제안서 작성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즉 SI업체가 하청 업체에 제안서 작성을 의뢰할 경우 하도급 계약을 정식으로 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제안서 작성에 따른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협력사에 과도한 책임을 전가할 수 없게 된다. 협력사 인력 활용을 하도급법이 아닌 별도의 인력 공급계약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시정 조치는 그간 SI업체들이 프로젝트 지연이나 문제 발생에 따른 책임을 협력사에 지워온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SI사들은 그간 프로젝트 지연이나 문제 발생에 따라 발주처 측에 지체상금을 내야 할 경우 인력을 파견한 협력사에도 분담해 왔다.

 ◇중소 업체 환영=이번 공정위 조치는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온 대형 SI업체의 횡포를 막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중소 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그간 중소 업체의 인력 파견은 특정 분야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개발 인원이 여러 파트에 파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인력파견에 대한 대금 지불 방식이 선급·중도·잔금 형태가 아니라 월 단위로 받을 수 있어 현금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에는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SI업계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종 수요처가 SI업체에 제안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데, SI와 파트너사 관계만을 문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SI업체 기획팀 관계자는 “원도급자인 SI업체들은 지금까지 수요처로부터 제안서와 관련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수요처의 제안서 보상 의무화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혜선·윤대원기자@전자신문, shinhs·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