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에서 가장 유명한 무공 체계를 말하라면 누구나 소림칠십이절예를 들 것이다. 소림칠십이절예, 달마역근세수경으로부터 시작해서 소림사에서 창안한 일흔 두 가지 무공을 말한다.
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 천하의 모든 무술은 소림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저 칠십이절예는 무협의 신화적 존재고 중국무술계의 전설이기도 하다. 실제로 소림사에서 모든 무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무술이 그 연원을 소림사에 두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무술이 소림사에서 나왔다는 말이 성립하며, 칠십이절예란 그 신화, 전설의 총화와도 같다는 뜻이다.
인터넷에는 소림칠십이절예를 정리해서 열거해놓은 것도 있다.
1. 철비공(鐵臂功), 2. 배타공(排打功), 3. 철소추공 (鐵掃?功), 4. 족사공(足射功)…… 19. 분수공(分水功), 20. 옥대공(玉帶功)…… 66. 포대공(布袋功), 67. 합마공(蛤?功), 68. 천층지공(千層紙功), 69. 탄자권(彈子拳), 70. 쇄지공(鎖指功), 71. 추풍장공(追風掌功), 72. 연현공(軟玄功)이런 식이다. 원래는 중국쪽 웹사이트에서 떠돌던 것인데 근거는 전혀 없는 목록이지만 여기에는 실제로 중국 기공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행한다고 하는 단련법도 있다. 철비공이란 팔목을 쇠처럼 단단하게 하는 수련법인데 ‘중국무술기공수련법’이라는 책에 의하면 나무를 팔목으로 두들기는 것으로 수련한다.
철소추공이라는 것은 발, 특히 무릎 아래 부분을 단련하는 것인데 역시 기둥 같은 것을 차서 단련한다. 태권도나 가라데의 정권단련과 그리 다르지 않은 수련법인 것이다. 그러니 있을 법하고 가능한 수련법인 것 같다.
19번의 분수공 쯤 오면 이야기가 좀 묘해지기 시작한다. 역시 ‘중국무술기공수련법’에 의하면 이건 우물을 내려다보며 장법을 연마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손을 휘두르기만 해도 우물 속의 물이 갈라진다고 한다. 무협소설에서 말하는 장풍의 경지인 셈이다.
목록에는 철포삼, 금종조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외가기공 단련법이다. 포삼이란 현대의 조끼 같은 의복을 말한다. 강철로 만든 조끼를 입은 것처럼 상반신이 단단해지도록 만드는 수련법이다. 기공수련법에 의하면 높은 곳에서 모래를 깐 바닥에 떨어지듯 몸을 던지면서 단련한다. 나중에는 자갈이나 쇳가루를 섞은 곳에 몸을 던진다.
금종조는 몸을 쇠종처럼 단단하게 하는 수련법이다. 이건 사찰에서 참선할 때 졸면 머리를 내리치는 죽비 같은 것으로, 즉 댓살을 묶은 것으로 자신의 온몸을 때리는 것으로 수련을 시작한다. 나중에는 통 대나무로, 더 나중에는 쇠몽둥이 같은 것으로 전신을 때린다.중국 무술인들의 시범을 보면 한 사람이 기를 모으고 서 있는데 둘러선 여러 사람들이 각목으로 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멀쩡하고 각목들이 맥없이 부러져 나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철포삼이나 금종조 같은 외가기공을 단련한 효과라는 것이다.
은창자후(銀槍刺喉)라는 시범도 있다. 창을 사람의 목에 대고는 힘을 주어 민다. 창날이 목을 꿰뚫을 것 같은데 사람은 멀쩡하고 창만 휘어진다. 이건 마치 차력술 같지 않은가. 실제로 여기에서 차력이 동원된다.
철비공, 철소추공, 철포삼, 금종조 등의 기공 수련에는 반드시 약이 동원되는데, 수련 후 각 문파에 비밀리에 내려오는 처방으로 조제한 약을 바르거나 먹지 않으면 골병이 들거나 죽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건 차력술에서 말하는 약차력, 즉 약을 사용한 차력 단련법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중국 무술에서부터 전해져 온 방법인 것이다.
무협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유명한 철사장이라는 수련법이 있다. 손을 단련하는 것인데 방법은 이렇다. 항아리에 모래를 담아놓고 손끝으로 찌르는 것이다. 나중엔 이 모래항아리를 불 위에 올려놓고 뜨거워진 모래를 찌르고, 그 뒤에는 쇳가루를 섞어서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찌른다.
이런 수련 뒤에는 반드시 문파 비전의 약을 먹고, 바른다. 그렇지 않으면 손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모래에 독약을 섞어놓고 철사장 수련을 한다. 나중에는 독기운이 손에 배어들기 때문에 이 손에 맞기만 해도 독에 중독된다고 한다. 이게 무협에서 흔히 나오는 흑사장 혹은 독사장의 수련법이다.
전해오는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저런 시범을 TV 같은 것에서 해줄 때 진행자가 하는 경고를 필자도 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위험한 방법이니 이걸 실제로 시도해보는 어린 독자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위의 소림칠십이절예는 필자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계속 강조했던 부분, 즉 무협, 무림이란 현실과 가상이 섞이고 겹쳐서 만들어낸 중국식 신화라고 했던 부분을 잘 보여준다. 어떤 건 실제로 가능하다. 어떤 건 가능하다고 전해져 오지만 실제로 수련했다는 사람은 볼 수 없다. 어떤 건 현대인의 상식으로 봐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 게 바로 무협에 등장하는 무술이고 무공이다.실제로 무술계에서 분류하는 무술, 현대 중국의 우슈에서 분류하는 무술을 보자. 일단은 무기를 사용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무기술과 권법이 나뉜다. 무기술은 전편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분류가 정해지니 넘어가자.
우슈에서는 권법을 내가권(內家拳), 외가권(外家拳), 남권(南拳), 북권(北拳), 민간(民間) 중국무술, 스포츠 우슈, 전통(傳統) 중국무술로 구분한다. 내가와 외가로 구분하는 기준은 견해가 분분하여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보통 태극권(太極拳), 팔괘장(八卦掌), 형의권(形意拳)을 통칭하여 내가삼권(內家三拳)이라 하고, 이 셋을 제외한 소림권(少林拳) 계열을 외가권이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내가권과 외가권은 내외공(內外功)의 단련과 발경(發經)방법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내공과 외공은 사실 공력(功力: 연공을 통해 얻어지는 힘)을 이해하기 쉽도록 구분하는 용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공과 외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지근육의 단련으로 얻어지는 힘을 외공이라 부르고, 기의 운행이 신체와 연결되어 통합적으로 얻어지는 힘을 내공이라 한다.
남권과 북권은 발생지역, 그리고 주로 수련되는 지역에 의거해서 구분하는 방법이다. 남권은 주로 광동성과 복건성에 분포하고 북권은 이를 제외한 중국전역에서 고루 수련되고 있다. 실제로는 중국 북부에서 발전된 권법이 남쪽으로 전해지면서 남부의 일부 지역에서 독창적으로 변화한 것을 남권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권은 발을 주로 사용하고 남권은 손을 주로 사용한다고 해서 북퇴남권(北腿南拳)이라고 특징을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저 남권의 하나인 백학권이 오끼나와, 과거의 유구로 전해져서 유구권법이 되고, 이 유구권법이 일본 본토에 전해져서 가라데가 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설인데, 그래서인지 가라데도 발기술 보다는 손기술 위주다.무협작가로 ‘대도오’, ‘생사박’, ‘혈기린외전’ 등의 작품이 있다. 무협게임 ‘구룡쟁패’의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제작하는 인디21의 콘텐츠 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진설명 : 사진 순서대로..]
◇ 소림사 십팔동인이라고나 할까.
◇ 이런 수련법도 있다.
◇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 최양의. 그도 철사장을 수련했다는 설이 있다.
◇ 전형적인 차력술 시범.
◇ 소림사 무승들이 선보였다는 차력술.
◇ 내가권의 하나인 형의권. 사진은 한국 북경형의무관의 정건영 총교련.
◇ 이소룡의 1 인치 펀치는 발경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좌백(佐栢) jwabk@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