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와 남코는 아케이드용 게임 업계의 둘도 없는 라이벌이다. 양사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는 새로운 게임 장르의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세가가 ‘버추어파이터’를 내놓자 뒤질세라 남코는 ‘철권’을 내놓아 격투대전 게임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또 세가가 ‘데이토나USA’라는 레이싱 게임을 선보이자 남코는 ‘릿지레이서’로 맞섰다.
재미있는 것은 남코의 게임은 세가의 아류작이면서도 높은 게임성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다. 세가 입장에서는 항상 어렵게 닦아 놓은 길에 무임승차하는 남코가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법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세가의 ‘버추어캅’과 남코의 ‘타임크라이시스’도 건슈팅 게임을 본괘도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양사의 라이벌 관계를 극명히 드러내준다.
지난 94년 세가가 ‘버추어캅’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오락실을 드나들던 게이머들에게 이 게임이 주는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스틱만 쓰던 다른 게임과 달리 ‘버추어캅’은 실제처럼 총을 사용해 현실감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남코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버추어캅’에 뒤이어 등장한 남코의 ‘타임크라이시스’는 회피시스템이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들고나와 건슈팅의 원조격인 ‘버추어캅’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무조건 정해진 방향으로 내달리는 ‘버추어캅’과 달리 페달을 밟아 몸을 은폐시켜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98년 세가와 남코는 각각 속편을 내놓아 다시 한번 맞붙었는데 ‘버추어캅2’는 건슈팅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큰 인기를 모았고 ‘타임크라이시스2’ 역시 쉬운 난이도를 앞세워 오락실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건슈팅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양사는 2003년에 각각 3편을 내놓아 또 다시 정면 승부를 펼쳤다.
‘버추어캅3’는 마치 실사처럼 보이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받은 것은 ES모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처럼 게임 화면을 슬로우무션으로 돌아가도록 해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타임크라이시스3’는 게임 진행중 무기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해 주목받았다. 이전까지의 건슈팅 게임은 플레이어의 의사나 주변 상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주어진 총기로 게임을 진행해야만 했다. 회피시스템에 무기 선택 시스템까지 더해져 전술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양사의 이같은 치열한 경쟁은 건슈팅 게임의 수준을 여러차례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