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경의 스타리그 엿보기](20)전략은 진화하는 것

지난주에 ‘변형된 건담 러시’를 이야기 했다. 조정현이 처음 선보인 ‘건담 러시’는 평소 입구를 막는 테란을 상대로 드래군·옵저버를 정석처럼 사용해온 프로토스의 매너리즘에 일침을 가하는 전략이었다.

꾸준히 생산한 4~5머린과 탱크로 전진해 상대 입구에 벙커를 짓고, 속도가 빠른 벌쳐를 추가해 빠르게 조이기 라인을 형성함으로써 초반에 주도권을 쥐는 형태였다. 사실 가림토 김동수를 비롯해 많은 특급 프로토스들이 이 전략에 숱한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그렇지만 프로토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초반에 자원이나 테크트리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며 병력에 집중해 이를 막아내는 프로토스의 전략이 나온 뒤로는 ‘건담 러시’도 ‘투팩전략’처럼 가끔 보이는 필살기성 전략으로 전락하게 된다.

헌데, 최근 이 건담 러시가 새로운 형태로 부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6머린 1벌쳐 1탱크 러시’다. 머린의 수는 다소 유동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건담러시’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전략은 러시를 가는 의도가 다르다. 상대의 입구에 진을 치고 빠른 조이기 라인을 형성하는 것은 일종의 페이크성 심리전에 불과하다.

건담류 러시를 막기 위해 테크트리를 다소 늦추고 병력에 집중하게 되는 프로토스의 심리를 이용해 더블 커맨드를 가져갈 시간을 버는 것이다. 아마추어 유저들이 ‘페이크 더블(FD)’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테란은 프로토스가 가지고 있던 초반 주도권을 빼앗는 동시에 과감한 확장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잃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최근 프로토스는 ‘캐리어 없이는 테란을 이길 수 없다’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그러나, 프로토스도 이미 이에 대한 파해법을 어느 정도는 찾고 있다. 초반에 일꾼을 쉬거나 질럿을 섞어 주는 형태 변화를 통해 ‘변형된 건담 러시’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도 하고, 아비터등 고급 유닛을 활용해 대등한 자원의 후반전에 변화를 꾀하기도 한다. 오래 지나지 않아, ‘캐리어 없이는 프로토스는 테란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다시 자취를 감추게 될 지 모른다.

전략은 돌고 도는 것이고, 그러면서 계속 모습을 바꾸며 진화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팽팽한 균형만 있다면, 양 쪽 모두 발전은 멈출 것이다. 끝없이 한 쪽으로, 또 다른 쪽으로 치우치면서 전략은 진화를 거듭한다. 그래서 ‘스타크래프’는 여전히 재미있는 놀이인가 보다.

<게임해설가 next_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