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재 제품을 취급하는 IT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소비자 가격’이다. PC·MP3P 등 IT 품목은 물론이고 디지털TV 등 가전 분야까지 불과 한 달 후 시장 가격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IT제품 성수기인 올 4분기, 내년 1분기를 앞두고 가격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불과 수년 전 200만원에 달하던 노트북PC는 이미 당시 가격의 절반 수준인 100만원대가 무너진 지 오래다. 일부 업체는 여기에 추가 가격 공세를 준비중이다. 외신에서는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한 10만원대 노트북PC도 출시될 예정이라고 전하고 있다. MP3P 시장도 애플이 플래시 메모리 기반 제품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가격 경쟁을 선포하면서 또 한 번 ‘가격 태풍’이 몰아칠 형국이다. 디지털TV도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가격 경쟁은 분명 소비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전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면 소비자는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가격 위주의 마케팅은 산업계와 소비자에게 모두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흔히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그렇지만 시장은 꼭 그렇게 반응하지 않는다. 제품 사이클이 빠른 IT 시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졌다고 바로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대기 수요’만 높아질 뿐이다. 실제 노트북PC는 90만원대 제품이 나오면서 당시에는 히트를 쳤지만 점차 판매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디지털TV도 가격이 추락한 만큼 수요가 늘지 않아 주요 업체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격은 기업의 수익성과 맞물려 있다. 출혈 경쟁으로 가격이 떨어질수록 채산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은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AS 등 부가적인 서비스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가격 이외에 다른 서비스는 포기해야만 한다.
특히 수익성은 기업 투자와 직결돼 있다. 출혈 가격 경쟁으로 시작된 악순환 고리는 자칫 기업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격 경쟁은 분명 기업과 소비자에게 일시 ‘최면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전체 산업계와 시장에는 오히려 잃는 게 더욱 많다.
품질과 마케팅 능력, 브랜드가 아닌 가격에만 매달리는 기업의 미래 또한 결코 밝을 수 없다.
컴퓨터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