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한반도 명운 걸린 5차 북핵회담](https://img.etnews.com/photonews/0511/051101104510b.jpg)
11월은 한반도와 동북아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19 북핵 공동성명이 동북아의 최대 난제인 북핵위기와 관련하여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과 해법 등 큰 그림을 제시했다면 오는 8일로 예정된 제5차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이행방안 마련이라는 더욱 어려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회담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평양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 정계의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지사는 10월 17일부터 3박4일간 북한을 방문해 북측과 핵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미국은 5차 6자회담에서 북핵 프로그램 해체와 사찰을 위해 ‘엄격한 시간표’를 제시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9·19 이후 의회 내 대북 강경세력을 중심으로 공동성명의 내용과 에너지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영하여 ‘선 핵포기’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10월 5일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 이행의 첫 조치는 북한의 누락 없는 완전한 핵시설과 물질의 신고며,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이행의무 조치를 절대적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북한의 선 이행조치를 강조했다.
북한은 9월 20일 회담 종료 후 각국 대표단이 짐을 꾸려 베이징을 출발하기도 전에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조성의 기초로 되는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비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제공 협정을 체결, 이행할 것”이라고 언급하여 관련국들을 긴장시켰다. 속칭 ‘창조적 모호성’으로 가득한 공동성명의 내용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양측의 동상이몽적 해석은 회담 후 후속 일정을 둘러싸고 초반 판세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회담이 타결되자마자 강경파의 의견이 반영된 확실한 검증 요구가 워싱턴 고위층에서 나옴에 따라 북한에서는 이에 대해 맞불을 놓을 필요를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적절한 시점’으로 명기된 경수로의 제공 문제를 미국의 최우선 이행과제로 지정했다. 특히 북한은 10월 24일 외무성 담화에서 미국은 공동성명 이후 지난 1개월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에 의한 선 핵폐기 요구를 다시 들고 나오는 등 공동성명이 나오기 전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빚고 있다며 미국의 책임을 5차 회담에서 따지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회담 타결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미국의 ‘선 핵폐기, 후 경수로 제공 논의’라는 복안을 ‘선 경수로 제공, 후 핵폐기’ 구도로 전환해야 향후 미국이 확실히 이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합의문에서 경수로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간 6자회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들을 반영한만큼 미국의 약속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미리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이론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경수로 제공에 유보적이다. 이처럼 경수로 문제는 초기 합의를 이루는 데 일차적인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수로가 합의문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복병이기는 하나 양측의 물밑협상에 따라 타결이 가능하다. 특히 9·19 합의는 3년간에 걸친 북핵 협의를 일시에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5차 회담에서 경수로 문제 타협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향후 경수로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우선 제공 시기의 문제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국제 의무의 준수 시점이 경수로 완공 후인지 혹은 제공 약속 후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경수로 건설에는 최소 3년 이상 소요되는만큼 협상을 통해 논의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시한을 정한 경수로 제공 약속과 함께 북한은 NPT체제에 복귀하고 IAEA의 사찰·검증 일정을 확정함과 동시에 경수로 제공의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시행하면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검증작업의 속도와 경수로 건설 시기를 조정하면 북미 양측의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차 회담 때 북핵 해결을 위한 총론을 확정했지만 이번 5차 회담은 각론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난항이 예상되는만큼 성과가 클 수도 있다. 각론 마련의 일차 고비만 무사히 넘긴다면 회담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4차 회담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한다면 상당 기간 북핵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난제라는 비관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11월에 주목하는 이유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namsung@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