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농촌 병원으로는 드물게 전자의무기록(EMR·Electronic Medical Record)을 구축해 운영, 병원의 생산성은 물론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극대화하고 있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굴비 산지의 대명사인 전남 영광에 위치한 영광종합병원은 올해 상반기에 태블릿PC 기반의 EMR를 구축, 차트 관리 간소화, 경영 효율성 향상, 환자 대기 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병원은 250병상과 20여명의 의사, 100여명의 간호사 등 농촌 병원치곤 규모가 크다.
병원 시스템의 대세로 떠오른 EMR는 환자의 의무기록을 디지털화한 전자차트 시스템. 기존 종이 차트의 보관과 이동 등 병원내에서 가장 비효율적으로 꼽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이다.
영광종합병원은 올해 3월 EMR 구축에 착수, 지난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영광종합병원의 EMR 시스템은 유닉스 환경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태블릿PC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의료 솔루션 전문 업체인 보나소프트와 영광종합병원이 공동 구축한 이 병원의 EMR 시스템 가운데 특히 태블릿PC는 EMR의 성공적인 운영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 각 층마다 네트워크 액세스 포인트를 설치, 무선 환경으로 EMR 시스템을 운영중인 이 병원의 태블릿PC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원하는 진료 기록을 마치 과거 종이 차트에다 쓰듯이 편리하게 입력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영광종합병원에 테블릿PC를 공급한 한국HP의 한 관계자는 “인텔 소노마 프로세서를 장착한 이 제품은 12.1인치의 화면 크기로 최대 80GB의 하드디스크와 2GB의 메모리를 지원, 차트없는 병원 구현에 최적의 테블릿PC”라며 “구축 비용이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해 병원 모빌리티 환경 구현에 주로 공급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지방의 다른 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풍경을 목격한다. 의사들이 태블릿PC를 펼쳐 놓고 진료를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환자의 진찰 내용, 소견, 각종 검사 결과 및 수술이나 약 처방 등 각종 처치 내용을 태블릿PC에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입원 환자의 회진 시에 환자 곁에서 태블릿PC를 이용, 실시간 검사 결과 조회 및 이상 있는 방사선 영상을 현장에서 직접 환자에게 보여주고, 상태와 추가 오더 등의 차트 작성을 현장에서 바로 하고 있다. 특히 태블릿PC의 이동 편리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태블릿PC용 카트도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관심 제품이다.
이밖에 가정간호(방문간호)사업소에서는 태블릿PC와 휴대폰을 이용해 EMR 서버에 접속해, 방문한 환자의 가정에서 실시간으로 각종 검사 결과를 검색하고, 차트를 작성하는 것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현재 환자의 상태를 바로 EMR에 기록해 진료과장들이 현장에서 진료하는 유비쿼터스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광종합병원은 태블릿PC 기반의 EMR 운영으로 차트 관리, 경영 효율성, 환자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먼저 환자의 차트를 찾는 시간을 대폭 줄여 접수와 동시에 진료가 가능할 정도로 신속한 진료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진료 시간을 늘려 환자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극대화하한 것이다.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차트의 보관이나 관리, 이동 등의 문제를 말끔히 해소한 점도 효과로 꼽을 수 있다. 이 병원 내과 전문의 박석채 과장은 “과거에는 차트를 훼손하거나 분실하는 일이 빚어지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차트를 볼 수 있어 과거처럼 병동에서 외래로, 원무과에서 진료과로 차트를 직접 들고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시간 낭비를 줄여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EMR의 운영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차트 봉투 및 의무 기록지 인쇄 비용을 연간 약 1000만원 절약했으며, 기존 차트 저장 공간을 세미나실로 재활용한 점이 대표적이다.
영광종합병원이 태블릿PC 기반의 EMR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병원들도 나타났다. 부산봉생병원이 영광종합병원을 모범 사례로 삼고 태블릿PC 기반의 EMR를 구축했으며, 이어 여러 병원에서 직접 방문하는 등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광종합병원은 현재 사용중인 EMR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RFID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회진 시 태블릿PC를 이동하면,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이 자동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중이다. 또 혈압, 맥박, 당뇨 등 매일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항목들을 PDA를 이용, 현장에서 바로 입력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는 심전도검사결과(ECG)만 연결돼 있는 의료 장비들을 EMR와 연결, 지역의 의원들이나 개방 병원과 계약해 진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EMR 서버를 각 의원들에게 할당, 언제든지 의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뷰 프로그램을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 1980년에 설립된 이 병원은 1998년 병원처방전 전달시스템(OCS)에 이어 2001년에는 의료영상전달장치(PACS)를 구축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종합의료정보시스템(HIS) 가동에 이어 올 들어 EMR 시스템을 본격 가동했다.
◆인터뷰-영광종합병원 김원기 실장
“연간 1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영광종합병원 EMR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김원기 실장은 “장기적인 병원업무전산화 계획에 따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EMR를 조기에 안정화시켰다”며 “시스템 구축 4개월만에 병원의 인쇄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종합병원은 지난 1997년부터 처방전·행정·필름·차트의 전산화를 실현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병원업무전산화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추진해 왔다. 그렇다고 영광종합병원의 EMR 구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2002년에는 외래 EMR를 시험적으로 도입했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한 입력방식 때문이었다.
김 실장은 “예를 들어 환자가 ‘머리가 아프다’라고 했을 때 키보드나 마우스 기반의 텍스트 방식에서는 입력할 필드를 마우스로 찾아야 하거나 키보드로 더듬더듬 입력해야만 했다. 이러다 보니 대기시간과 진료시간이 길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병원 경영자에게 돌아갔다”고 회고했다.
영광종합병원은 결국 외래 EMR를 포기하고, 과거의 종이 차트 방법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EMR 도입 계획마저 전면 백지화한 것은 아니었다. 필기방식 입력장치를 이용한 시스템을 새로 구축키로 하고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원칙은 △진료과장들이 종이를 사용하듯 단 한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평상시 익숙한 차트 서식이 모니터에 그대로 나타나야 하며 △1분 이내의 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코드를 외울 필요가 없고 △키보드로 입력하든지 태블릿에 필기를 하든지 사용자 위주의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건강보험법에 적법한 전자서명법에 의한 서명이 가능한 시스템도 고려 요소로 포함됐다.
태블릿 PC는 영광종합병원의 요구에 딱 맞아떨어지는 솔루션이었다. 김영기 실장은 “전남 광주의 어느 치과에서 EMR를 구현해 사용중이라고 해서 찾아갔다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테블릿PC를 활용해 무선으로 차트를 작성하는 등 효율성이 높아보여 도입을 곧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4개월 후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는 “영광종합병원은 처방전을 전산화하고 필름을 없애는데 성공, 차트없는 병원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EMR의 기능 강화와 서버 구성 이중화로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