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 오면 PC를 한 방에 몰아 넣고 집단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듯한 ‘PC방 문화’에 대해 의문을 종종 제기한다. 집집마다 PC가 없는 가정이 없고,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속도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 굳이 좁은 공간에 PC 수십대를 몰아놓고 이렇게 같이 게임을 하는 모습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것이 지금까지 유지돼 전해오는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게임을 즐기기 보다는 삼삼오오 모여서 하나의 놀이를 공유하는 것, 즉 혼자 할 수 있는 제기차기를 여럿이 모여서 즐기는 이런 식의 집단적인 놀이문화는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는 윷놀이, 널뛰기 등등의 놀이는 거의 모두 집단적인 성격을 띄고 있음을 생각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집단적인 오락이 지금까지 유지돼오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전통 놀이문화라면, 최근의 집단간 놀이문화 공유는 예전에 비해 발전한 우리나라의 현대적 놀이문화라 할 수 있다.
과거 양반과 평민,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간에 엄격한 경계선이 있던 우리나라의 전통에서 계층 간에 하나의 놀이를 공유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세대, 남녀 간의 벽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연히 존재했다.
아동 때는 ‘구슬치기’,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10대에 접어들면서 ‘축구’ 등 스포츠를 주요 놀이 문화로 즐겼고, 20대에 들어서면 여성의 놀이문화는 뚜렷한 특징을 찾기 어려운 반면 남성들은 ‘당구’와 같은 캠퍼스 문화에 젖어들었다. 물론 이 또한 30대가 되면서부터 약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20대가 고무줄 놀이를 한다거나 10대가 당구를 즐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고 남녀간 놀이문화 또한 구분돼 있었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대 별로 그들만의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향유하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부터 30대 어른까지 공유하는 놀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하철을 타보면 게임 장르는 다를지 몰라도 나이에 상관없이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우리 회사 점심 시간에는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모여 온라인게임 대결에 여념이 없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이런 놀이문화가 가장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세대 간에 공유할 문화가 적었던 게 사실이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했으며, 그것이 오늘날 연령대를 망라한 놀이문화의 발전을 야기한 것 같기도 하다.
지난 13일 폐막된 ‘지스타2005’는 이런 우리나라의 놀이문화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백발의 노인부터 유모차를 탄 어린 아이까지, 4일 동안 15만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이제 갓 첫 발을 내디딘 지스타게임쇼가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세대와 남녀를 아우르는 우리의 공유 놀이문화와 한 공간에서 몸을 부딪치며 즐기는 집단적 성향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매년 개최될 지스타 게임쇼가 우리나라의 놀이문화를 세계 곳곳에 알릴 수 있는 ‘한국놀이문화의 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쓰리넷 성영숙 사장 one@e3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