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방통 융합 절충점 찾아야](https://img.etnews.com/photonews/0512/051212110940b.jpg)
최근 IT분야에서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지점에서 여러가지 기술 및 정책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당사도 방·통 융합 서비스의 하나인 ‘메시지온TV’라는 양방향 디지털케이블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현장에서 이런 충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상이한 환경에서 성장해온 방송·통신 두 분야가 결합되는 지점이다 보니 여러가지 이해가 상충하는 일이 자주 발생, 기술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난 수 개월간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시장 및 기술환경 관련 소회를 가볍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인포뱅크가 개발한 ‘메시지온TV’ 서비스는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나 사진을 보내 TV를 통해 가족들이 볼 수 있게 하거나 TV에서 TV로, TV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데이터서비스 채널이다. 2010년까지 디지털방송 전환이 예상되는 총 13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방·통 융합의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방·통 융합은 케이블 사업자 간 인수합병(M&A)과 통신사의 IPTV 진출과 같은 대내외적인 큰 변수가 등장하면서 매우 민감한 이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판이한 사업논리와 정서를 가진 방송과 통신이라는 두 산업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이 때문에 많은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단적으로 ‘메시지온TV’도 케이블방송 사업자라는 하나의 단절된 산업과 이동통신사라는 또 다른 단절된 산업이 양단에서 만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각 산업 특유의 논리와 정서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기술적인 환경의 경우, 방송이라는 관점에서 브로드캐스팅 구조를 근간으로 작업하다 보니 여러가지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셋톱박스의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프로세서와 램 등 각종 시스템의 스펙을 낮춰 놓았기 때문에 메모리에서 상주해야 하는 실시간성 서비스의 수가 제한되고 있다. 당연히 1대1로 데이터를 양방향으로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 인프라 구조가 취약하다.
문자메시지의 수신처를 지정하는 인터페이스를 통일하는 것도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이동통신에서는 휴대폰 번호를 문자메시지의 수신처로 지정, 휴대폰에서 디지털 셋톱박스를 지정할 수 없다. 제시된 해결책은 디지털케이블방송 가입자의 휴대폰 번호나 집 전화번호를 셋톱박스 지정 주소로 사용하자는 것으로서 전화번호 뒤에 식별부호를 붙여서 일반 전화번호와 구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셋톱박스 주소 지정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수신자의 휴대폰 번호나 집 전화번호만 알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방송과 통신 영역이 만남으로써 생기는 제반 문제는 대부분 접점에 놓인 각 산업이 판이한 서비스 논리와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은 방송이라는 틀 안에서 보수적인 관점일 수밖에 없고 통신은 기술의 진보성만큼이나 진보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 차이는 최근에 IPTV 서비스 진입으로 인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그만큼 두 업계 간 상이성은 매우 크다.
분명한 것은 그 상이성을 어느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일정 부분 서로 양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방송을 단순히 기술적 관점에서 파악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점진적인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산업 간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통신과 방송은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거대 통신회사들은 투자를 통해 전국 단위의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지역적으로 나뉘어 허가되고 있는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은 여러가지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다. 단순히 국가의 전략산업인 통신산업의 성장을 막는 것도 문제지만 케이블 사업자의 현실이 완전히 무시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기존의 이해관계를 심각하게 무너뜨리지 않는 절충점을 찾는 것이 상생적인 접근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논의는 정통부와 방송위는 물론이고 중립적으로 안을 낼 수 있는 중재자들이 참가하는 제3의 검토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성호 인포뱅크 부사장 shchoi@infoba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