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2월 국내에 최초로 정식 발매된 PS2는 몇 가지 타이틀을 함께 선보였는데 그 가운데 ‘이코’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이 작품은 ‘철권’에 가려 초창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 뛰어난 작품성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퍼져 전국의 유저가 매료되고 말았다.
어드벤처 장르를 추구했지만 그 어떤 게임보다 거대했던 스케일, 미스터리한 스토리, 독특한 캐릭터와 몽환적인 사운드는 마약과도 같았다. 유저들은 후속작을 강력히 열망했지만 개발진은 2편이라는 편안한 선택을 버리고 다시 모험의 길로 나서 근 3년이나 지난 후에야 ‘완다와 거상’이라는 이름의 게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게임은 ‘이코’의 후속작은 아니지만 그 느낌과 그 감성을 그대로 살린 새로운 작품이다.
게임의 시작은 갑작스럽다. 주인공 완다는 애마 아그로를 타고 고대의 땅에 서있는 사원에 도착한다. 이름도 모르는 소녀는 잠들어 있고 주위에는 수수께끼만 가득하다. 완다는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에 이끌려 방황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석상을 쓰러뜨리며 봉인을 하나씩 해제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는 완다의 몸속으로 스며드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든 비밀은 게임 후반에 점차 드러나는데….
이 작품은 ‘이코’가 보여준 장대한 스케일을 여전히 추구한다. 연출과 카메라 각도에 따라 좁은 화면에서도 얼마든지 깊은 낭떠러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는 드넓은 필드를 로딩없이 한 화면에 담아낸다. PS2의 하드웨어 성능을 이해하고, 게임에서 먼 산을 하나의 맵에 포함시키고 이것에 다가갔을 때 로딩없이 설정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또 ‘이코’가 파스텔톤으로 다소 우울한 분위기의 색감을 그렸다면 ‘완다와 거상’에서는 사막의 화사함을 살려내 변화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전작의 낮고 조용한 몽환적인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배가 됐다.
‘완다와 거상’은 폭력과 성적인 요소로 점철돼 있는 게임계에 혁명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런 게임은 PC와 콘솔을 통틀어도 흔하지 않다. 아이들이 게임을 못하도록 말리기 전에, 진정한 ‘작품’을 접하고 게임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원한다면 바로 ‘완다와 거상’이 답일 것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