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아이템현금거래 양성화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한 논란은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이어져온 온라인게임 최대의 화두다. 게임사측에서는 약관을 통해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현금거래 규모가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이를 양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정성호의원이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써니YNK가 아이템 현금거래 중계사이트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양성화 논란에 기름을 부은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근본적으로 찬·반 양측이 내세우고 있는 근거 자체의 출발점이 전혀 다르다 보니 끝간데 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법제화 문제 역시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이같은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논란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정성호 의원은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한 입법을 추진하는 목적을 ‘유저들의 권익보호’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템 현거래로 인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템 현금거래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어떤 방향에서 건 이와 관련한 법이 제정돼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렇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부터 세우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양성화니 법제화니 하는 논의는 그 이후에 진행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더러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무엇을 위한 법제화인가?

입법화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을 위한 법제화’인지 방향성을 뚜렷하게 설정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정의원은 ‘유저들의 권익보호’를 꼽았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으니 이를 법으로 통제해 유저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보호를 받아야 할 게임 유저는 과연 어떤 유저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의 용도는 스트레스 해소나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즐기는 놀이 도구 정도로 보인다. 정상적인 유저라면 단순히 즐기는 차원에서 게임을 이용할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아이템 현금거래는 가끔 유혹은 느낄 수 있지만 전혀 상관이 없는 남의 일이다.

반면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게임 아이템을 자신들의 노력과 투자를 통해 생산해 낸 재산으로 생각한다. 이미 현실에서 현금화 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니 아이템을 현금과 동일시한다. 이같은 사람들이 증가하다 보니 아이템 생산을 업으로 삼은 대형 작업장이 생겨나기도 했고, 이들간의 거래를 알선해 주는 중계 사이트도 우후죽순처럼 만들어 졌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게임 유저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진다. 일단 법제화의 목적이 ‘유저들의 권익보호’인 만큼 어디까지를 유저라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일반 유저만을 보호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약간의 아이템을 사고파는 유저들까지는 보호를 할 것인지, 아예 아이템 현금거래를 업으로 삼은 이들까지 게이머로 보고 법으로 보호할 것인지 한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유저권익의 범위는 어디까지

유저들의 권익에 대한 개념 정립도 필요하다. 얼마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게임사의 약관에 수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유저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판결문에서 공정위는 유저들에게 과도한 제재를 가하거나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약관에 대해서는 수정 명령을 내리면서도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한 게임사의 약관은 유효하다고 명시했다.이는 공정거래 차원에서 이용료를 지불하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감수하도록 한 게임사의 약관에 철퇴를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문을 통해 공정위가 인정하는 유저들의 권익이란 돈을 내고 게임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이지 게임 내에서 확보한 아이템의 가치를 유지시켜주거나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까지 확대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해 볼 만하다. 보호를 받아야 할 유저들의 권익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혹자는 가상세계를 현실사회의 확장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이버세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고, 이같은 현상이 사회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으니 가상세계도 현실의 일부로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준모 변호사는 “게임사 사장이 아이템거래는 게임 내의 정당한 거래활동 및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하나로 본 듯한 이야기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는 유저들간에 게임머니를 가지고 얼마든지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다. 게임사가 만들어 낸 게임 시스템이다. 하지만 게임사에서는 이를 현실로 끌고 나와 현금으로 사고 파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게임사는 현실과 게임속 세상의 경제활동은 엄연히 다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정변호사는 이를 혼동해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인식은 게임아이템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 주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논란과도 직결된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동일시 한다면 게임 아이템은 당연히 재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만약 게임아이템을 재산으로 인정한다면 현금거래도 당연한 것으로 봐야한다. 궂이 법을 제정하면서까지 양성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과 가상세계를 동일시 하는 것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가져다 준 착시현상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인 통념이다. 이에 사회에서는 가상세계를 현실과 혼동하는 이들을 심각한 중독자 또는 폐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시각인 때문이다.

  

# ‘건전’의 기준은 있나

아직까지는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법으로 권익을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가 건전하게 즐기는 유저고, 어디서부터는 불건전한 유저인가 하는 경계다. 아쉽게도 이에 대해서는 건전게임문화를 조성하겠다며 게임문화진흥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정부조차도 그 기준선에 대해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본이 되는 개념부터 정립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단은 ‘건전한’의 범위와 경계부터 정하는 일이 순서일 듯하다. 이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나서야 아이템 현금거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법으로 보호 해야 하는 대상은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선량한 유저들의 권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건전한 게임 이용문화를 만들어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역기능과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도 담겨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법을 만들기 이전에 어떤 유저가 건전한 유저인가와 보호돼야할 권익이 무엇인가를 규정해야 한다.

 또 그 이전에 건전한 게임 이용에 대한 개념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아이템을 사적가치인 재산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업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한 법제화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나 많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