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허브` 물거품 되나…

맞춤형 줄기세포 진위 논란으로 전세계 과학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황우석 교수 주도로 추진해 온 세계줄기세포 허브가 직접적인 치명타를 맞고 있다.

한국발 줄기세포 쇼크로 미국과 영국의 줄기세포연구소들이 황우석 교수와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하는 등 이미 줄줄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차질을 빚게 되면 이와 연계한 줄기세포은행 설립, 난치병 규명 연구, 신약 개발 등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한국이 전세계 생명과학을 견인하겠다는 구상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유전자DB 구축, DNA칩 개발 등 BT·IT를 연계한 정부의 BIT융합산업 정책 역시 이번 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줄기세포허브, 종말 고하나= 줄기세포허브는 사실상 황우석 교수 한 사람의 인지도와 그가 발표한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국제 위상에 의해 추진돼 왔다. 때문에 황 교수와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황 교수에 대한 ‘신뢰’ 하나로 해외 네트워크를 자청하던 각국의 연구자들이 등 돌리고 있다.

황 교수의 발표가 있던 16일 프랑스의 과학· 의학전문지 ‘과학과 미래’는 15일(현지시각) 인터넷판에서 현지 과학자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시인에 따라 그의 주도로 설립된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줄기세포허브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이나 서울대학교는 아직 허브의 운영 계획 변화에 대해 어떤 방침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향후 줄기세포허브 운영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으며 조사위원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줄기세포허브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과학 전반의 신인도 추락에 대한 대책 시급= 국내 연구자들은 이번 일로 황 교수 뿐 아니라 우리나라 생명공학, 더 나아가 과학분야 전체의 국제 신인도를 떨어뜨리게 될 것으로 보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과학계에 따르면 실제 국내 대학의 한 교수는 국제 저널 네이처에 미국 교수와 공동교신저자로 논문을 접수시키자 네이처가 미국측 교신저자에 연락해 “함께 논문을 낸 한국인 교신저자의 정직성을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수모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학부 교수는 “줄기세포 파문이 BT 뿐 아니라 BIT(바이오·정보통신, BT+IT), NBT(바이오·나노, NT+BT) 등 과학 전 분야의 국제신인도를 끌어내릴 위험이 있다”며 “IT 등 다른 분야로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빨리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위원회의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 국내 과학계가 한층 성숙하고 투명해지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박세필 마리아 생명공학연구소장은 “황 교수가 보관 중인 5개 줄기세포주를 신속히 재검증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만약 줄기세포가 1∼2개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자체로 논문의 가치는 있지만 사진 조작 등 윤리·도덕적 문제로 논문이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좌절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더 좋은 논문을 내고 노력해 국제과학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정부도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등을 고루 지원해 다시는 편중 현상을 빚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과학센터장­은 “최근 MIT에서 사이언스 논문을 조작한 교수가 쫓겨난 예에서 보듯 국제 과학계가 이번 줄기세포 파문을 우리나라 생명공학이나 과학계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겠지만 이번 파문으로 우리나라에 자정작용과 해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나 “이번 일로 국민이나 정부가 바이오를 포기할 까봐 걱정”이라며 “황우석 교수를 제외하고도 우리나라 생명공학은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