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콘텐츠 자율심의 뿌리내려

무선망 개방을 앞두고 도입된 콘텐츠 자율심의가 시행 3년 째인 올 한 해 총 337건의 콘텐츠를 심의하는 등 민간 자율 규제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유선포털의 심의 신청이 감소하고 이동통신사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콘텐츠 사전 심의를 논의하는 등 자율심의위가 중소 콘텐츠제공업체(CP)만의 심의 창구로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선 인터넷 콘텐츠 심의를 둘러싼 민간 자율심의기구의 역할 및 위상 정립 등에 대해 내년에 근본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KIBA) 무선인터넷콘텐츠자율심의위원회(위원장 현대원)는 올 한 해 월별 심의 건수를 집계한 결과 상반기 185건, 하반기 152건 등 총 337건의 콘텐츠에 대한 사전 자율 심의를 실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03년 11월 정통부의 무선망 개방 추진 계획에 따라 KIBA 자율심의위가 활동을 개시한 이래 심의한 총 425건의 79%에 해당하는 것으로, 올해 심의위의 활동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분야별로는 하반기 들어 성인물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가 85건, 커뮤니케이션 34건, 정보 28건, 상거래 4, 게임 1등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규 심의 대상 성인 콘텐츠는 상반기 30건, 하반기 21건으로 동영상보다 누드화보·성인소설(야설) 등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에는 모바일을 이용한 안심결제서비스·지식검색통화서비스·잡지·경품제공 서비스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올해 자율심의위의 활동이 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선 인터넷 시장을 주도하는 이동통신사가 자체 심의를 진행 중인데다 올 상반기 의욕적으로 시장 진출을 준비했던 유선 포털들이 미온한 태도를 보이면서 심의위의 자율 심의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4∼5월까지 네이버·야후·파란 등 주요 유선 포털들이 자율심의위에 콘텐츠 심의를 대거 신청했으나 하반기 들어 신청이 거의 미미한 상태이다.

 또 그동안 자체 심의를 진행해온 SK텔레콤 등 이통사들이 최근 KIBA 자율심의위가 아닌 정보통신윤리위와 콘텐츠 사전 심의 방안을 논의하면서 자율심의위의 입지가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KIBA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유선포털이 망 개방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이통사가 정보통신윤리위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결국 KIBA 자율심의위가 전체 무선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서 1% 가량의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소CP들만의 심의 창구로 남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내년에는 무선 인터넷 콘텐츠 자율 심의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보완 작업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