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컴퓨터 분야의 대표 조달 창구였던 행정전산망 입찰 제도를 ‘다수 공급자 물품 계약 제도(MAS)’로 편입시켜 사실상 일원화한다는 것은 IT 품목의 조달 시장에서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산업계는 두 가지 방식에 모두 등록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해방돼 조달 시스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과=조달청은 올 1월 조달 시스템을 뜯어 고쳐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MAS를 전격 도입했다.
MAS는 한마디로 경쟁 입찰을 통해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던 방식과 달리,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다수의 공급자가 물품을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도입 초기에는 일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MAS를 도입하고도 행자부는 여전히 기존 행망 입찰 제도를 고집해 왔다. 정부만의 고유 사양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복수 물품 공급 계약’을 기본으로 하는 행망 입찰 제도는 수시로 적격성 심사를 받을 수 있는 MAS와 달리 분기마다 입찰 자격을 얻어야 하며 정부가 정해 주는 사양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
그만큼 절차와 등록이 복잡하며 행망 PC는 시중에 유통되는 모델에 비해 사양이 크게 떨어져 공급자(산업계)와 수요자(정부) 모두 불만이 컸다. 산업계로서는 조달 시장에 등록하기 위한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배경=MAS로 일원화한 데는 행망 입찰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1년 동안 병행해서 시행해 본 결과 행망을 통한 등록 건수와 입찰이 크게 줄었던 것.
실제 조달청 등에 따르면 MAS가 시행된 이후 지난 1년 동안 행망을 통한 입찰 건수는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이에 아예 일부 업체는 행망 입찰을 포기하고 MAS 쪽에 집중했던 상황이었다.
수요처인 정부에서도 같은 제품이면 MAS 쪽이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 이를 이용하는 빈도가 크게 높았다. 여기에 주무 부처인 조달청이 MAS로 조달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점도 한몫 했다.
반면 행망 조달 시스템은 업체와 정부 양쪽에서 모두 외면받으며 급기야 내년부터 MAS 쪽으로 흡수시키기로 최종 방침이 정리됐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두 가지 제도가 병행해 시행되면서 혼란스러운 것은 둘째치고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크게 떨어졌다”며 “내년에 MAS로 통일되면서 이 같은 부담감이 해소돼 효과적으로 조달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수십년 동안 유지해 온 행망 입찰 제도가 MAS로 흡수되지만 오히려 선진 조달 시스템을 정착하는 데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산업계와 정부 모두 낙관하고 있다. MAS가 기존 행망 입찰 제도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MAS는 분기마다 입찰 제한 제도를 두는 기존 제도에 비해 수시로 적격성 심사를 받고 공급자로서도 다양한 제품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사양 제품 조달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행망 입찰 제도를 MAS로 통합하더라도 세부 후속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