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은 항상 진화한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02033053b.jpg)
새해를 맞았다. 그런만큼 이제 지난 일 대신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최근 몇 달간 세간에 떠도는 화두는 단연 줄기세포였다. 그러나 차츰 조작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여파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표할 과학논문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등 황우석 교수에게 걸었던 기대만큼 큰 실망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퍼붓는 비난과 원망을 바라보면서 같은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특히 대형 국책과제를 여러 번 수행해 본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감이 교차한다.
우선 황 교수의 실험결과 조작은 옳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다루는 언론이나 주변 시각이 마치 황 교수 죽이기처럼 비쳐지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책 연구비의 상대적인 독식과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는 데 대한 각자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더욱이 황 교수의 논문 조작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논문조작이나 표절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자 전체를 모욕하고 불신을 낳게 하는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흉내내자는 것은 아니다. 10여년 전에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물리교수가 저온 핵융합의 성공을 발표하여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실험을 재현하지 못해 사기로 결론났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해당 국가에서는 연구책임자 개인의 문제로 판단하지, 국가나 학교의 문제로 확대하는 예는 없다.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서 사태 발생 이전보다 발전하는 계기로 삼느냐에 주력해야 하는데 그 사건 자체에만 집착해 특정인과 연구팀을 무조건 매도하는 식의 일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줄기세포 사건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항상 진화적인 것이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했을 때도 단순히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는 탁월한 수학 능력을 발휘해 운동 법칙을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운동 법칙에 맞는 만유인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그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기 전에 여러 사람이 실험으로 발표한 결과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황 교수의 논문도 기라성 같은 세계 최고의 학자들을 속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는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 또 이런 대형 연구과제는 책임자인 황 교수 혼자만이 그 모든 능력과 노하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체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능력이 황 교수의 능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공과는 사실대로 밝히되 황 교수와 그 연구팀을 해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시스템이나 행정체계가 미흡했다면 이를 보완 또는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잘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묻되 황 교수 연구팀을 보강, 밤낮 없이 연구하게 해 자신이 발표한 연구 성과를 하루라도 빨리 얻어내도록 하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 한국 과학기술의 진보를 촉진해 국가나 세계인류에 더 크게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한풀이식 처리가 될 수 있다. 줄기세포 분야 연구팀을 해체함으로써 과학의 발전을 저해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방식은 옳은 일이 아니다. 황 교수의 논문조작은 물론 개탄해야 할 일이지만 그동안 그들이 쌓아 놓은 연구 업적까지도 폐기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양승택 동명대학교 총장 yang@ti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