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규제 공방](중)공방의 진실은…

 “보조금 허용에 따른 혼란을 막고 장기 가입자들에게는 혜택도 주자.”(정보통신부·LG텔레콤)

 “규제가 사라진다 해도 예전처럼 무분별하게 쓸 만한 경영상황이 아니다. 유효경쟁을 빌미로 소비자 혜택을 막지 말라.”(SK텔레콤·시민단체)

 단말기 보조금 규제 연장을 두고 정통부와 선후발 사업자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들이다. 그러나 이는 끊임없이 거듭된 해답없는 평행선일 뿐 속내는 또 다르다. 현재 전개되는 보조금 규제 공방의 진실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본질을 냉정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통부, 규제권 실종 우려=정통부는 “전면 허용할 경우 과당경쟁으로 인한 시장충격이 불보듯 뻔하다”고 강조해 왔다. 출고가의 20% 정도는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지금까지도 보조금 과다 지급행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규제법이 자연일몰될 경우 누가 책임지겠냐는 것.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정통부가 규제권에 대한 욕심과 ‘면피’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혜석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위만 해도 보조금 규제가 없으면 할일이 사라지지 않겠느냐”면서 “자연일몰로 시장혼란이 야기될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지게 될 것에 대한 걱정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사업자 속내=SK텔레콤은 정통부와 대립을 불사하면서도 ‘자연일몰’을 주장하는 데 대해 “오히려 보조금을 쓰지 않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행 ‘2+2’안대로라면 마케팅비용은 최소 30% 가량 상승한다는 게 내부 계산.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 해도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금력을 자랑하는 SK텔레콤으로서는 보조금을 자제하다가도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돈으로 시장을 평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있기 때문.

 반면 LG텔레콤은 보조금 규제 완화가 이동통신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경쟁상황을 한층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한다. 그러나 3위 사업자의 ‘혜택’을 등에 업고 지난 2년간 가입자 확대에 성공했던 LG텔레콤은 결국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이 표적일 수밖에 없어 SK텔레콤의 발을 당분간 더 묶어 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조금 정책과 시장 영향=단말기 보조금 정책(규제 연장 혹은 일몰)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정통부와 SK텔레콤, LG텔레콤 모두 향후 여파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원안이 통과될 경우 SK텔레콤은 3840억∼1조원의 돈을 보조금으로 뿌려야 하지만 현실화될 공산은 적다.

 이영주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설사 법이 자연일몰되더라도 SK텔레콤이 늘릴 마케팅 비용은 기껏해야 그 정도일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시장과 사업자들의 경영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유승희 의원실 관계자는 “현 추세에 맞게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는 별도의 입법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손재권기자@전자신문, hseo·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