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北 IT 기술자의 해외연수와 교류](https://img.etnews.com/photonews/0603/060328023224b.jpg)
일반적으로 북한은 고립된 국가로 해외, 특히 서방국가와는 교류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IT분야만큼은 다른 양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IT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북한은 IT관련 연수를 부쩍 늘렸으며 중국 등 외국에 IT 과학기술자를 파견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2년 초에는 북한의 무역상이 벨기에·이탈리아·스웨덴·영국 등 4개국을 순방하고 돌아와 유럽연합(EU)에 500명 규모의 연수생을 파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후 이것이 곧바로 실현됐다고 베이징의 한 북한전문가가 말했다.
사실 구소련 및 동유럽 붕괴 이전에는 북한의 과학기술자가 이들 나라에 많이 유학을 갔다. 중국도 유학생이 많았다. 그러나 동구권 붕괴와 중국 천안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 유학생은 철수하게 되고 그 후 ‘고난의 행군’ 등으로 연수생 수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경제성장이 ‘플러스’로 되면서 서방권 해외연수가 늘어났다. 미국·영국 등 서방 자본주의 국가와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 연수생을 보냈다. 초기에는 주로 시장경제 및 무역실무 연수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에너지·의료·IT 등 산업부문의 선진기술 연수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파견하고 있다.
IT분야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북한 김책공대와 미국 시러큐스대학의 협력이라 하겠다. 북한의 핵문제로 북미관계가 매우 껄끄러운 가운데도 작년 11월 김책공대의 홍서헌 총장이 시러큐스대학을 방문해 낸시 캔토 총장과 협약서에 서명을 한 것이다. 주한 미대사였던 도널드 그래그 대사가 회장으로 있는 뉴욕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6월부터 시작한 김책공대와 시러큐스대학의 협력사업은 종합정보기술 분야로, 두 대학 연구원이 서로 왕래하면서 전자도서관·기계번역·의사결정 등 여러 가지 시스템 보장(Assurance)에 관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2003년 4월 초에는 김책공대 정보센터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연구팀 6명이 시러큐스대학에 와서 한 달씩이나 머무르면서 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김책공대는 전자도서관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2002년 10월 북한의 경제고찰단 일원으로 포항공대를 방문했던 김책공대 총장은 포항공대 디지털도서관 구축과 관련해 많은 질문을 했으며 공개할 수 있는 자료도 많이 받아갔다. 또 시러큐스대학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연건평 1만6000여㎡으로 올해 1월 24일 준공된 이 전자도서관은 12개의 전자열람실과 11개의 도서열람실, 한번에 2000명의 독자를 수용할 수 있는 100여 개의 방이 있다. 망 전송속도가 1Gbps인 고속 대용량 통신을 이용해 교수, 학생 및 연구원들은 대학내 연구실·강의실·컴퓨터실에서 도서관의 필요한 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내 국가 인트라넷을 통해 다른 기관·기업체·가정에서도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독자카드에서부터 시작해 목록 검색, 열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컴퓨터로 진행돼 세계 과학기술 발전추세도 제때에 장악할 수 있으며 이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을 대상으로 과학기술 통보사업도 할 수 있다. 이 도서관에는 또 원격교육 시설도 잘 돼 있다 한다. 도서관 서버 용량은 6.3Tb로 중국 칭화대학 서버의 5Tb보다 크지만 앞으로는 10Tb로 늘려 5Tb는 전자원문자료, 나머지 5Tb는 동영상 자료를 보관하게 될 것이다.
시러큐스대학은 전자도서관 운영 소프트웨어(SW)의 공동개발 및 기타 프로그램 공유 외에도 두 대학에 똑같은 쌍둥이 IT 실험실을 설립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김책공대 연구원의 연수를 돕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남한·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을 망라하는 6개 지역 학자 및 지도자 세미나(RSLS)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작년 여름 앞으로 RSLS에서 활약할 북한 과학자들에게 기술영어 교육을 했다. 향후 RSLS가 6개 지역을 순방하면서 개최됨으로써 IT분야의 혁신적인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찬모 포항공과대학교 총장parkcm@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