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 및 등급분류 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게임등위는 업계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 관심을 보였다. 게임등위가 산업을 진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에 업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공청회가 시작되는 순간 이런 기대와 흥분은 이내 좌절과 비난으로 뒤바뀌었다.
온라인게임업계와 아케이드 업계가 사행성 논의로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공청회는 고성이 오고가는 싸움터로 변했다. 아케이드 업계는 사행성 기준을 온라인 웹보드 게임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온라인게임업계는 웹보드 게임이 무슨 사행성 게임이냐며 이들을 다구쳤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정작 논의해야 할 게임등위 위원 구성과 규정 등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버리고 말았다. 업계가 그렇게 원하던 게임등위의 초석을 다져야 할 자리가 전쟁터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즈음 되자 이날 행사를 주최한 문화부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잇달았다. 양 업계가 사행성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을 문화부가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시민단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일부러 양 업계의 감정 싸움을 촉발시켰다는 말까지 나왔다. 문화부는 이에 대해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단지 양측의 입장을 업계가 모인 자리에서 들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이같은 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공청회를 통해 양 업계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세계 3대 게임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업계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야 했다. 그러나 사행성이란 암초에 걸려 온라인과 아케이드업계가 두쪽으로 갈리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표현이 부적절하지만 적전 분열(?)은 곤란하다. 지금 양측이 감정대립으로 각을 세울 때가 아니다.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고 안아줘야 할 때다. 지금 업계는 말그대로 전시상황이다. 정부도 양측의 앙금을 되새기려 하지말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입장을 조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까닭은 문제의 발단이 확고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은채 갈팡 질팡하고 있는 정부의 무소신에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