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뻥 축구`는 이제 그만](https://img.etnews.com/photonews/0609/060901014008b.jpg)
우리 인간은 산소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언제나 산소를 끊임없이 마시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그다지 못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부품 및 완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요소인 소재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등 높은 리스크가 있는 소재산업보다는 핵심 부품소재를 수입해 높은 노동생산성을 지닌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한 완제품 위주의 제조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즉, 우리나라는 IT 등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업을 바탕으로 지난 수십년간 ‘양(量)적’ 고도성장을 지속한 결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나, 이와 반대로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과는 다소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이를 축구와 비교하자면 효율적인 공격이 이뤄지기 위해선 공격 시 수비수로부터 미드필더를 거쳐 최전방 포워드까지 단계적이고 유기적인 패스를 통해 공이 연결돼야 하나, 우리나라는 수비수 및 미드필더 격인 부품소재산업의 플레이가 생략되고 골키퍼로부터 포워드까지 단번에 패스가 연결되는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80년대 부품소재산업의 중점 육성에 나서 지난 1997년부터는 무역흑자를 지속해 올 상반기에는 14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부품소재산업 육성이란 소기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품산업 및 범용 소재산업 육성에는 성공했으나, 지난해 81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가 보여주듯 첨단 소재산업 육성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정부도 지난해 부품산업과 분리해 소재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육성정책을 검토하기 시작, 지난달 24일에는 ‘장관과 소재전문가의 만남’을 통해 내년부터 10년간 8500억원의 예산을 투입, 3대 소재별 원천기술 개발 등 소재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3대 소재 중 하나인 세라믹만 살펴보자. 도자기·유리·시멘트 등 주거 및 생활용품으로 사용돼온 전통 세라믹에서 출발해 파인세라믹의 등장과 함께 현재는 각종 IT 및 바이오·우주항공용 신소재로 발전, 국가 주력산업 및 차세대 성장동력 중 7개 산업의 핵심 부품소재로 사용되는 등 그 활용 분야와 산업적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으나 일본과 비교해 볼 때 기술 격차가 10년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과거로 돌아가보면 전통 세라믹의 대표적인 분야인 도자기는 삼국시대부터 독자적인 도기문화를 형성하다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들어와 청자와 백자로 화려한 기술력을 뽐냈던 우리나라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세라믹소재 원천기술을 가진 강국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선조들의 ‘혼’이 담긴 뛰어난 소재기술을 계승·발전시켜 산업화하는 데 소홀했다. 반면에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의 전자 등 후방산업과 연계,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라믹 소재산업 육성시책을 펼치고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사업화에 전념해온 교세라·무라타 등 소재 전문기업들이 있었기에 현재와 같은 세계 최고의 소재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앞으로 본격화할 정부의 소재산업 육성정책이 더욱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이와 병행해 관련 산·학·연의 체계적인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전문 연구기관은 후방산업의 필요와 기술추세를 반영해 시장지향형 기술로드맵을 수립해 선행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소재 전문기업은 선행 연구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신뢰성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상용화할 때 수요기업인 대기업은 외산 소재보다는 국산 소재를 부품 및 완제품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노력이 병행될 때 2015년께 수출 1500억달러, 무역수지 160억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소재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 우리나라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질(質)적’ 성장을 지향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데 소재산업이 그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유근 요업기술원장 ykoh@kic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