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톡톡 튀는 전략적 플레이는 물론, 시원한 외모와 탁월한 말 솜씨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60만에 육박하는 팬 카페 회원을 거느린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바로 그 주인공 .
그는 e스포츠의 중흥기를 이끌어 온 핵심인물로 현 한국e스포츠의 발전을 일궈낸 1등공신이다. 현재까지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의 군입대 소식에 e스포츠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걱정보다는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해 있다”며 “끝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제 삶입니다. 몇몇 소중한 것을 잃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었기 때문이죠.” 식사를 하면서도, 잠을 이루기 전에도, 심지어는 샤워를 하는 도중에도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는 임요환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주된 원인을 제공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이제는 그 자체가 곧 자신의 존재이유라고 강조했다.“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황제 임요환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군 입대를 결심한 후 모든 마음의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거리는 없다고 한다. 지난 번 군 입대 발표 당시 눈물의 의미도 군에 입대하는 사실때문이 아니라 곳곳에서 터진 팬들의 안타까운 탄성 때문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는데 감사할 따름이죠.” 그는 “공군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력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국방의 의무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어 행운아”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 되는 것은 6주간의 신병교육훈련이라고 말했다. 훈련이 고되고 힘든 것 때문이 아니라 6주 동안의 공백으로 자칫 손놀림이 녹슬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 잠시의 공백이 크나 큰 격차로 나타나는 e스포츠이기에 6주의 시간조차 아쉽다는 임요환에게서 프로의 치열한 근성을 엿볼 수 있었다.“군인정신을 가지고 사회에 있을 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의 각오는 다부졌다. 공군에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하는 임요환은 우선 개인리그에서 주로 활동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공군과 자신을 응원해 주는 많은 이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군은 최종적으로 팀리그에서 활동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때문에 임요환 이후 여러 스타급 선수들이 입대하게 되면 공군은 스타크래프트계의 드림팀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요환도 “공군에 입대하는 선수들을 예상할 수 없어 단정지어 말 할 수는 없지만 각 팀의 선수들이 모인 만큼 굉장히 개성이 강한 팀이 될 것”이라며 “각 선수들의 장점만을 살린다면 프로리그에서도 분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선수라면 오히려 친정팀에 자신의 존재를 더욱 각인시키고 싶어할 것”이라며 “프로리그에서 친정팀 SK텔레콤T1을 만난다면 더욱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입대 전까지 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기 때문이다.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사실상 사회인으로서 마지막 공식무대가 될 슈퍼파이트에 대한 각오가 남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군 입대전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경기에 그것도 두 경기에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첫 대회니만큼 멋지게 승리로 장식해 앞으로 계속 이슈거리가 되는 대회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제대후 더 좋은 환경에서 계속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으면 합니다.” 임요환은 그가 늘 말해왔 듯 30대에도 프로게이머로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가 공군에 입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대 후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할 생각이 없다면 공군에 입대하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군 생활을 빨리 마치고 지도자의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e스포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변화다. “그동안 e스포츠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 기대치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청소년에게만 인기있는 스포츠에 안주하지 말고 기성 세대분들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선수들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요즘 선수들의 색깔을 찾아 보기가 힘들어 팬들의 관심이 멀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각 선수들이 고유한 색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은퇴 후 해설자나 지도자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들이 은퇴 후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희망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최종목표는 이보다 더욱 원대했다. e스포츠의 흐름을 이끄는 게임을 직접 개발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e스포츠의 흐름을 주도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뿐 아니라 중국, 유럽 등 세계 선수들이 우리가 개발한 작품으로 연습하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임요환은 “이번 군입대에 대해 난관이라면 난관일 수 있지만 더 없는 기회일 수도 있다”며 “임요환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팬 여러분의 기대가 없다면 나태해질 수도 있으니 더욱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