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국어수난시대

 우리는 세계 5000여 언어 중 8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10위권의 언어를 가졌다. 간결하고 익히기 쉬운 한글 덕택에 문맹률 또한 세계 최저 수준을 자랑한다. 이 같은 호조건에도 젊은이들의 우리말 구사능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10대들의 이른바 ‘외계어’는 세대 간의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심각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어능력인증을 요구하는 곳이 해마다 늘고 있다. 민족사관고나 상당수의 특목고가 입시전형에 국어능력시험 성적 제출을 의무화했다. 공기업·금융기업도 신입사원 채용 시 이를 반영하는 추세다.

 일반인의 우리말 실력에 신문·방송 등의 매체가 끼치는 영향은 크다. 이 때문에 맞춤법과 어법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방송진행자의 말이나 방송자막, 기사 등에 간혹 잘못된 표현이나 오기(誤記)가 걸러지지 않은 채 시청자나 독자에게 전달되기라도 하면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따끔한 지적을 감수해야 한다.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다.

 언론매체만큼이나 공인(公人) 역시 언행에 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공인의 범위엔 정치인, 공직자, 기업의 최고경영자, 교육자, 유명 운동선수 및 연예인도 포함된다. 국가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들 모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언행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말들이 많다. 쟁점으로 부상한 선거법 위반 여부는 따지지 말자. 국민이 뽑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입을 막는 것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기만행위라고 간주하자. 하지만 ‘쪽 팔린다’ ‘못해먹겠다’ ‘대못질해 버리겠다’ ‘그놈의 법’ ‘군대 가서 썩는다’ ‘죽치고 앉아 있다’ 등 품위가 없고 속된 표현이 대통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버스럭지’ ‘때려팬다’ 등 우리말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정체불명의 말은 대통령이 삼가야 할 말임이 분명하다.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입이다. 국가와 국민 그 자체이자 국민의 아버지다. 국민의 자존심이다. 어린이의 우상이다. 그래서 어린이 대부분은 자라서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나는 꿈나무들은 대통령을 배우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