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5주년 맞은 KT…안팎 온도차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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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로 KT 민영화가 5주년을 맞는다. 사업구조 합리화, 조직 혁신, 사회공헌 등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성장 정체 △공기업 이미지 △혁신 부적응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KT의 한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적어도 내부에서는 공급자 위주에서 고객 위주의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방향성에선 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상생·고객가치 등 상당한 변화=2002년 월드컵과 초고속인터넷 시장 경쟁은 KT 민영화에 큰 힘이 됐다. 월드컵 공식 후원기업으로 일반인과 같이 호흡하며 변신의 계기로 삼았다. 당시 점화한 초고속 시장 경쟁 역시 KT가 더욱 발빠른 민간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5년이 지난 지금 KT는 ‘고객가치혁신’을 기치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현장조직을 통해 고객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고, 지사장을 외부에서 공모하며, 중소 협력사들과 상생경영 구조를 정착시켰다. 경영의 투명성이나 IT서포터즈·사랑의 봉사단 같은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한때 6만명을 넘어섰던 인력구조는 8월 말 3만70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방만한 경영이 실속 경영·가치 경영으로 바뀌었다.

 남중수 사장은 “2002년 당시 민영화가 안 됐으면 KT는 이미 죽은 기업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라며 민영화가 KT에 상당한 자극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아직 혁신 의식이 전사적으로 완전하게 확산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비전 공유나 방향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다”며 “특히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KT=공기업’ 65%=하지만 외부와의 온도차는 크다. 본지가 최근 엠브레인리서치와 공동으로 이달 20대 이상 남녀 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KT 기업 인식 조사’에 따르면 KT를 공기업이라고 답한 사람이 무려 65%에 달했다. 민영화 5년이 지났지만 민간기업으로 인식하는 사람(35%)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통신의 공익성을 이유로 꼽은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지만 기업 이미지(37.2%), 서비스 마인드 부족(5.8%)도 중요한 이유로 거론됐다. 민간기업이라고 답한 사람 중의 절반(49.6%)도 뉴스를 보고 소식을 알았을 뿐 서비스가 많이 개선돼서(23.9%),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아서(18.6%) 등의 응답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내부 혁신 노력과는 달리 일반인의 시각은 아직도 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줬다. 특히 통신업계의 맏형 역할을 하는 기업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 KT와 SK텔레콤이 53.1%와 46.3%로 별 차이가 없었다. 20대의 경우는 아예 60%가 SK텔레콤을 맏형으로 꼽아 그동안 ‘통신업계 맏형=KT’라는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조사라는 한계를 감안해도 젊은층에 더욱 다가가려는 KT로선 신경쓰일 만한 결과다.

 ◇핵심 과제는 성장정체 해소=KT를 바라보는 경쟁사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유선에서 줄어드는 매출을 보전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 발을 담그다보니 다른 업체와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무선사업으로 SK텔레콤·LG텔레콤과 대립각을 세웠으며, 솔루션 사업에서도 중소 SI업체들의 불만이 크다. KT가 새 분야를 모색만 하면 공룡기업 진출 때문에 죽는다고 난리들이다. KT 맏형 역할론이 퇴색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성장정체에서 비롯됐다. 2002년 11조7000억원에 이른 매출은 지난해에도 11조7000억원이다. 유선 매출 감소 때문이지만 외형상 4년 동안 성장이 올스톱한 셈이다. 지금도 무선·부동산·솔루션 사업이 없다면 매년 수천억원씩의 외형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다소 힘들겠지만 KT가 쉬운 길보다는 KT만이 할 수 있는 엔진을 찾았으면 한다”며 “KT가 바로서야 전체 통신시장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15조9000억원의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KT가 신규사업 추진과 글로벌 사업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