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제는 우주로 가자

회색빛의 우주복과 검게 빛나는 헬멧. 복잡한 장치를 짊어진 우주인이 하늘과 땅의 경계조차 모호한 우주공간에서 천천히 유영하는 영상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우주는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인류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우주 속으로 뛰어들었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50주년 되는 올해, 공상과학 소설과 영화 속에 존재하던 우주는 이미 현실 속에 들어와 있다.

 대륙의 시대, 해양의 시대를 넘어 우주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냉전시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전유물이었던 우주 공간이 유럽의 동참으로 국가 간 우주기술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을 개발한 중국, ‘21세기를 먹여 살릴 꿈의 기술’ 분야로 우주개발을 주목하고 있는 일본이 가세하면서 우주 공간의 영토확장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우주 개발은 기상예측·방송통신·위성항법시스템·원격진료 등 응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세계 항공우주 분야는 연 4000억달러가 넘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우주 개발은 산업발전 및 자주국방,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각국이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40년가량 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빠른 속도로 기술 개발을 이뤄 왔다. 특히 지난 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우주발사체·우주센터를 비롯한 우주개발 분야 전반의 인프라 확충을 활발하게 추진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위성, 무궁화 위성 등 총 11기의 위성을 발사, 운용하고 있다.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액체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과학로켓 3호를 개발, 발사함으로써 위성발사체의 기초 기술을 축적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지난 2006년에는 1m급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는 다목적실용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최근에는 외국회사와 영상판매 계약을 해 수익 창출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는 9월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선발될 예정이며, 현재 전라남도 고흥에서는 ‘꿈의 우주기지’로 불리는 우주센터 건설에 한창이다. 2008년을 나로 우주센터가 완공되면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국민의 전폭적인 성원이 한데 모인 결과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가 본격적인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우주 개발 능력을 습득해야 하며 이것이 우주 개발 주권을 확보하는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주 개발 자립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6월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확정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라 독자적 우주 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세계 우주산업시장 진출을 통한 국민경제 발전을 목표로 우주 개발 정책을 폭넓게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기업과 연구소에서는 해외로부터 이전받기 어려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대학은 기초 원천기술의 연구와 병행해 인력 양성에 주력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우주 개발 자립화 기반을 제고할 것이다. 이러한 마스터 플랜을 바탕으로 오는 2016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 진입 발판 마련에 한층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다.

 조선 세종 때 최윤덕·김종서 장군이 4군 6진을 개척하고 왜구를 소탕할 때 큰 활약을 한 ‘신기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혼천시계를 발명해 백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신기전을 개발해 민족 생존권을 지키려했던 조상의 과학적 창의력과 열정을 본받는다면 우주기술 자립화도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

 우주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이제 21세기 우주강국 코리아를 향한 힘찬 비상을 시작하자.

◆정윤 과학기술부 차관 ychung@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