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인물로 본 2007 IT 산업

 큰 일이 없었던 것 같아도 한해를 돌이켜보면 뜻밖에 많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늘 ‘다사다난’이라고 표현할까.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IT산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사회만큼은 아닐지라도 많은 일이 있었다. 뉴스 속 IT인들을 통해 저무는 2007년 IT산업계를 정리해봤다.

 조영주 KTF 사장(51)에게 올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다. 3G 이동통신(HSDPA/WCDMA) 전국상용화 10개월만에 300만을 돌파해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SK텔레콤을 앞섰다. KT아이콤 사장이던 2002년에 꿨던 꿈을 5년 뒤에야 이뤘다.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이익 감소라는 고통도 있었지만 3G 돌풍을 일으켜 침체한 통신시장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이다.

 통신규제 정책 변화와 요금 이슈 등으로 한해 숨가쁘게 보낸 통신사업자 CEO들은 어느 정도 이슈가 정리되면서 연말연시를 내년 사업 구상 등으로 느긋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 KT, SK텔레콤, LG통신 3개사 등 통신 3강 CEO들은 연말 인사에서 모두 자리를 지키게 된 덕분이다. 특히 남중수 KT사장(52)은 민영화 이후 첫 연임에 성공했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53)도 연임으로 그룹의 두터운 신임을 확인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동기동창으로 통신 라이벌인 두 CEO는 내년에 진정한 승부를 벌인다.

 박종응 LG데이콤(57), 이정식 LG파워콤 사장(49) 정일재 LG텔레콤(48) 등 LG통신 3사 CEO들은 실속 경영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통해 LG가 더이상 통신 약체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었다.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46)은 ‘하나TV 돌풍’을 일으키고, 회사 매각도 성공시키면서 통신 비전문가라도 통신업체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통신업계 홍보인들도 올해는 뜻깊은 한해다. SK텔레콤 홍보실장 출신인 신영철 SK와이번즈 사장(52)은 팀 창단 첫 우승과 새로운 마케팅으로 경영자로 거듭났다. 유석오 KTF 홍보실장(50)은 ‘쇼’ 마케팅 성공 등으로 신사장과 함께 한국PR협회로부터 ‘올해의 PR인상’을 받았다.

 통신업계가 기존 CEO의 파워를 확인했다면, 전자업계는 새 CEO의 힘을 확인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58)과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50)은 각각 전자와 부품이라는 낯선 분야에 발을 디딛기 무섭게 회사를 화려하게 탈바꿈시켰다. 남 부회장은 전임 김쌍수 부회장과 다른 방식으로 LG전자의 혁신과 성과를 이끌어냈다. 권사장은 위기에 빠진 회사를 6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턴 어라운드시켰다. 통신 전문가 남 부회장이 제조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듯이 권 사장은 CFO 출신으로 ‘수익경영 신드롬’을 일으켰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63)은 우리 IT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한국인으론 처음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의 ‘올해의 명예 회원’으로 선정됐다. 협회 회원이 아니고 그것도 빌 게이츠 부부와 존 워녹 어도비 설립자를 제친 결과여서 뜻깊다. 비자금 사태로 위축된 삼성인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줬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57)은 올해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초대 회장으로 디스플레이 최강국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LG필립스LCD와 손잡고 장비·부품 교차구매를 합의해 상생협력의 초석을 쌓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56)은 노키아의 아성인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탈피, 보급형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익성 역시 두자리수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쳐 새해 극(克) 노키아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 50)) 역시 올해 휴대폰으로 빛을 낸 인물이다. 초콜릿폰, 샤인폰 등 ‘텐밀리언셀러’를 잇달아 내놓으며 대박 신화를 일궈냈다. 휴대폰 사업을 LG전자의 캐시카우로 만들어낸 그는 새해 세계 휴대폰 시장의 돌풍을 일으킬 새 작품(?) 구상을 이미 마쳐 놓았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54)은 올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D램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진 데다 지난 8월에 기흥 반도체사업장의 정전사고, 수율 하락에 대한 그룹의 질책 등으로 3분기까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끌어올린 ‘어닝 서프라이즈’의 성적표를 내놓았고 10월에는 30 나노 64Gb 낸드플래시를 내놓아 건재함을 보였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48)은 반도체 장비업체로는 처음으로 1000억원대 연간 수출고를 달성해 글로벌 장비업체의 탄생을 예고했다. 불모지와 다름없던 유럽, 북미지역의 반도체 업체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수완도 발휘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45)은 유학으로 현직을 떠났음에도 여전히 뉴스의 중심에 섰다. 그는 실리콘밸리 한국인 엔지니어 모임도 이끌고 CLO(교육담당 중역)로 회사 복귀를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45)과 양재원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사무총장(48)은 남북SW협력센터 설립을 추진, 남북 IT협력에 기여했다.

 콘텐츠 분야에선 e러닝 업계 CEO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46)는 온라인 교육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자회사 조직 통합, 전문업체 인수 등과 연이은 ‘어닝서프라이즈’로 11월 한 때 주가 37만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키웠다. 김영순 크레듀 사장(51)은 선택과 집중, 적절한 신규시장 진출로 발군의 실력을 나타냈다. 기업 대상 e러닝 서비스 사업의 호조와 인터넷 기반의 영어 말하기 평가시험 개발, 영어마을 시장 진출 등 적극적인 행보로 주가를 연초 대비 3배 이상 올려놓았다.

 게임업계 인물로 김양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장(53)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그는 5년 만에 게임업체를 코스닥에 입성시켰으며,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로 국내외에 이름을 날렸다. 13년간 한우물을 판 뚝심이 새삼 돋보였다.

 인터넷 신화를 이끈 이해진 NHN(40), 김범수 한게임(41),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39) 창업주들은 전문경영인에게 일을 맡기고 다른 길을 향해 떠났다. 이해진 창업주는 일본 검색 사업에 집중했으며 김범수, 이재웅 창업자도 각각 NHN USA대표직과 다음 대표직을 버리고 저마다 새 일을 찾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들의 빈자리를 미디어 전문가들이 채웠다. 미디어 출신 최휘영 NHN대표(43)와 석종훈 다음 대표(45)는 각각 단독경영체제 속에 웹 2.0시대를 열었다. 최 대표는 시가총액 10조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네이버 독주에 대한 업계의 경계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어려움도 겪었다.

김경익 판도라TV 사장(40)은 동영상 UCC 돌풍을 일으켰지만 저작권 논란과 수익 모델 부재라는 과제와 한해 내내 씨름해야만 했다.



 경제산업 부처에선 임상규(58)(국무조정실→농림부)·김영주(57)(산업자원부)·노준형·유영환(정보통신부) 등 경제기획원(EPB)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경제산업 부처 전반에서 떠올랐다. 이른바 ‘EPB의 부활’이다.

 유영환 정통부 장관(50)은 ‘6개월짜리 단명 장관’이라는 우려에도 불구, 짧은기간에 각종 통신 이슈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전임 노준형 장관(53)과 함께 경쟁 기반의 통신규제 정책의 근간을 완성했다. 그는 ‘6개월도 일하기엔 충분한 기간’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58)은 공무원 출신 장관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으나 짧은 임기와 함께 특별한 성과없이 내려앉았다는 평가다.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55)도 ‘바다이야기 후폭풍’을 감내하느라 여념이 없었으나 문화산업진흥기구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토대를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55)은 벤처투자가로 변신, 호라발한 활동을 펼쳐 여전히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8일 오후 6시 스위스 제네바 국제콘퍼런스센터 대회의장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가 만든 독자 표준인 와이브로가 드디어 3세대(G) 이동통신의 세계 표준으로 채택됐다. 현장을 지휘한 김치동 한국 대표단장(전파연구소장, 53)으로선 21년 공직 생활 가운데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재웅 위원장(54)을 비롯한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은 지난 11월 핵심 쟁점에 합의해 3년간 지리했던 IPTV 논란을 종식시켰다. “국회가 모처럼 할일을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정치적 색깔보다는 정책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올해 큰 홍역을 치렀다. 국감중에 향응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변재일 의원(59)을 비롯해 강성종(41)·김희정(36)·류근찬(58)·서상기(61)·심재엽(61) 의원 등 과기정 위원 6명이 시민단체가 뽑은 국감 우수의원으로 뽑힌 게 위안이 됐다.

신화수팀장@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