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IT콘퍼런스]IT로 일어선 한국, GT로 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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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로 일어선 한국, GT(그린IT)로 비상하라.’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그린IT 그랜드 콘퍼런스’를 가득 메운 국내외 참석자들의 눈빛은 신대륙 개척자인 듯 빛났다. 지난 20여년 한국을 질주하게 만든 엔진이 IT였다면, 이제 GT란 날개를 달고 세계일류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담은 듯했다.

 가트너·노무라종합연구소·에코프론티어 등 국내외 시장 조사 전문기관은 물론 KT·LG전자·IBM·HP·시스코·후지쯔,·EMC 등 글로벌 IT기업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번 ‘그린IT 그랜드콘퍼런스’를 계기로 GT가 제조·유통·설비·사회간접자본(SOC) 등 국내외 전산업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핵심 화두임을 새삼 확인했다.

 안현호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관장은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분야인 환경산업을 ‘그린 오션’으로 지정해 육성 및 지원 계획을 오는 2012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라며 “환경 관련 100대 유망 서비스 발굴, 신수요 창출 및 인프라 구축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겠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이명박정부에 GT 정책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가트너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체의 전산설비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한해 1000억㎾로 프랑스 파리 전체가 16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다. 자동차 1400만대가 뿜어내는 탄소의 양과 같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도 전산 설비를 비롯해 모든 에너지사용 기기의 효율성 제고가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인 셈이다.

 기후 협약 발효 및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가 위험 요소가 되지만 GT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을 갖고 준비한다면 되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GT 격차가 기술격차를 앞질러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은 “글로벌시장에서 가격과 기술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 그린소비자를 겨냥한 ‘그린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며 “상품 기획에서부터 생산 공정에까지 GT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그것을 높여나간다면 제품과 기업의 경쟁력이 함께 높아지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토 히데아키 후지쯔그룹 환경사업부 수석매니저도 “후지쯔는 ‘그린정책혁신’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사회, 나아가 지구촌 모두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인터뷰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

: 브라이언 프렌티스 가트너 부사장 

“언제까지 기업이 자산이나 제품에 부과되는 규제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브라이언 프렌티스 가트너 부사장은 “환경, 에너지 등 그린IT 관련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라며 그린I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금 데이터센터나 제품 제조 과정에 그린 IT를 도입하는 것은 당장 전력 소비 등과 관련된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도 이득을 준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그린 IT 개념을 도입해 탄소를 저감하지 않고 탄소배출권을 구입해 활동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비용은 점점 더 늘어날 겁니다. 일찍 도입하면 일찍 도입할수록 이득인데다 일석이조(Kill two birds with one stone)인 셈이지요.”

 그는 그린 IT가 산업과 기업 프로세스에 적용되기 위해 산업 전체의 순환주기(라이프사이클)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소재 사용 △제조 및 개발△적용·사용 △폐기·재사용·재활용으로 이뤄지는 전체 산업 주기의 모든 영역에 각종 그린 IT를 도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각 영역에서 작게 보이는 그린 IT와 관련된 실천, 적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합쳐져 전체적으로는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것입니다.”

 프렌티스 부사장이 ‘한국 기업들의 그린 IT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란 질문에 “그린 IT의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답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그린IT 개념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PC와 모니터 끄기도 기업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그린IT활동이라는 설명이다. △가상화를 통한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 저감 △프린터 사용 감소로 인한 탄소배출 감소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제조 등 실제 사업에 그린 IT를 적용하는 게 중요하단 말도 잊지 않았다.

 프렌티스 부사장은 그린 IT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개념이라며 과거처럼 기후변화, 에너지소비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 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입니다.”

◆이모저모

 ◇“우리 C레벨이 들어야 하는데…”=콘퍼런스에 참석한 실무자들은 특히 최고경영자와(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같은 기업 의사결정권자, 이른바 C레벨에 유용한 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한 참석자는 “실무자는 그린 IT 관련 솔루션이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면 전기료만 20% 가량 줄어드는 걸 잘 알고 있지만 C레벨들은 아직도 그린 IT를 실제적 이득이 없는 ‘사회적 공헌’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 운동가, “IT에도 이런 운동이?”=이날 콘퍼런스가 IT산업계 중심의 행사였지만 환경운동연합회 회원 등 환경운동가들도 행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환경운동연합회 관계자는 행사 사무국을 찾아 와 “IT영역에 ‘그린’ 개념이 확산되는 게 기쁘다”며 “앞으로 환경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은 어떤 거야?=그린 IT 관련 해외 시장 현황과 전망, 일본의 그린 IT 추진 상황 사례가 발표된 오전 세션이 붐볐다. 외국 동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수년 전부터 ‘그린 IT 프로젝트’란 국가 계획을 수립, 추진해 온 일본 사례를 들으며 참석자들은 부러움을 자아냈다. 안현호 산자부 산업정책국장도 “국내는 해외에 비해 (그린 IT 분야) 대응이 아직 미흡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한 기업이나 개인이 홀로 대책을 마련하기엔 너무나 중요하고 긴박한 문제”라며 “국내서도 업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그린 IT 관련 업계 대응책을 모색하는 계기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500명 가까이 성황=그린IT 그랜드 콘퍼런스에는 약 500명의 참가자가 운집, 말 그대로 환경·그린IT에 대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오전 행사장엔 행사 사무국이 마련했던 의자가 모자랐을 정도. 참가자들은 오전 전체 시장 현황 및 해외 사례를 점검하는 오전 프로그램 참가에 이어 오후에는 세 개 트랙으로 나눠진 발표를 적극적으로 옮겨다니며 그린IT 관련 정보 수집에 말 그대로 ‘열을’ 올렸다.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밝힌 한 관람객은 “이렇게 그린IT에 대한 관심이 높을 줄 몰랐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환경 관련 컨설턴트가 될 걸 그랬다”고 웃음짓기도.

◆기업들, 이렇게 대응하라

 그린IT 그랜드 콘퍼런스에는 학계·업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가해 기업에 다양한 환경규제 대응 전략을 조언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큰 기조는 “우선적으로 환경 이슈와 관련된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그린IT 적용 방안을 마련, 실천해 새 기회를 노려라”로 집약된다.

 ◇너 자신을 알라=전문가들은 규제 대응을 위해 현재 기업이 어느 정도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기업의 탄소배출 인벤토리(감축 실적 및 내용) 구축 및 인증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작업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탄소배출권 거래 및 에너지 저감 계획 등을 세워 실천할 수 있다. 이기훈 광운대 교수는 그린IT 실행전략 접근방법의 사전계획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자사의 탄소배출 현황(Carbon Footprint)을 파악·측정하라”고 조언했다. 브라이언 프렌티스 가트너 부사장도 “일단 논의를 시작, 조직을 만들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파악한 후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실천하라”고 말했다.

 ◇국내외 제도 활용=그린IT는 전 세계와 관련된 인증이기 때문에 다양한 국내외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제품에 대한 국제인증마크를 획득하거나 탄소중립프로그램 참가, 온실가스감축 실적에 대한 공인 인증 등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기훈 교수는 “그린IT는 단순히 한때 유행으로 지나갈 사항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초기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엔 새 기회=전문가들은 당장은 그린IT 추세가 규제지만 종국엔 신시장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은 “그린IT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그린마케팅을 기업 경영에 접목해 새 사업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노종환 실장도 “한 설문조사에서 세계 500대 기업 중 82%가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응답했다”며 “선진국 기업이 앞다퉈 그린IT 관련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시장은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