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15)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해야

 음악 한 곡에 500원, 드라마 한 편에 2000원, 영화 한 편에 1만원.

 콘텐츠는 엄연한 상품이다. 시장에서 옷을 사듯 해당 콘텐츠 상품의 가치에 따라 각각 돈을 내고 즐긴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TV에서 드라마나 쇼를 볼 때 소비자는 개별 콘텐츠 가격을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이 같은 광고 기반 무료 시청 모델 덕분에 TV 방송 산업은 급성장했다.

 그런데 광고를 먹고 성장한 방송국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다소 경직된 분위기다.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다시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TV에서 공짜로 보던 드라마에 돈을 내자니 아깝다. 안 보거나, P2P와 웹하드를 뒤진다.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 모델에 획일적으로 접근해서는 시장을 키울 수 없다.

 ◇‘훌루’의 가능성=뉴욕타임스는 최근 ‘TV 황금시대가 웹에서 새 삶을 찾았다(Golden Years of Television Find New Life on the Web)’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고 기반 무료TV 다시 보기 서비스 훌루(hulu)를 조명했다.

 훌루는 NBC유니버설과 뉴스코프가 함께 만들었다. 3000여개의 TV 시리즈물과 100여편의 영화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TV를 보듯 중간 광고와 함께 콘텐츠를 공짜로 본다. 돈 냄새를 맡는 데 탁월한 미국 주요 기업들이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에 띈다.

 성공 가능성도 보인다. 광고주들이 훌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광고 효과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루처스 비즈니스 스쿨의 캐럴 교수는 “TV의 맹점은 시청자가 광고 시간을 화장실 가는 데 사용한다는 사실”이라며 “컴퓨터 앞의 시청자는 자리를 뜨지 않고 광고를 모두 보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 있는 광고가 나오면 곧바로 클릭한다”고 강조했다.

 제이슨 킬라 훌루 CEO는 “서비스 한 달 만에 시청자가 세 배로 늘었다”며 “훌루 플레이어 10만개가 설치됐고 1만2000개 웹사이트가 훌루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광고 효과는 극대화될 전망이다.

 ◇서비스를 넘어=지난 2006년 국내 업체 이지맥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슬람 경전 코란을 대량 수출했다는 소식이 들려 화제가 됐다. 코란을 항상 지니고 다니는 이슬람인을 겨냥해 코란을 음성으로 녹음한 디지털디스크를 만든 것이 주효했다. 그 전까지 주로 가수의 음반 위주로 제작됐던 디지털디스크에 코란, 성경, 영단어 학습 등 맞춤형 콘텐츠를 담아 성공했다.

 잉카엔트웍스는 지난해 내비게이션 업체 코원과 제휴하고 자사 불법복제방지 SD메모리 제품인 ND카드에 유아용 인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담아 인기를 끌었다. 차량으로 가족 여행 시 내비게이션에 꽂기만 하면 아이들의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았다.

 두 제품 모두 콘텐츠를 실제 제품과 적절히 접목한 사례다. 불법복제가 만연해 콘텐츠 자체의 매력만으로는 돈 받고 팔기 어려운 국내 환경에서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 포장하는 시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텐츠를 유형물과 연계한 테마 상품은 미국에도 있다. 디즈니는 ‘디즈니 믹스 스틱’이라는 독자 MP3플레이어를 선보이면서 전용 콘텐츠 SD카드 ‘디즈니 믹스 클립’을 대거 선보여 어린이 팬을 열광시켰다. 타깃 등 대형 상점 계산대 옆에 디즈니 믹스 클립이 배치돼 부모님의 지갑을 열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결국 키워드는 ‘소비자’다. 불법복제가 만연한 현실을 탓하기 전에 소비자 처지에서 끊임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만 시장을 키울 수 있다. 아직까지 콘텐츠 시장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CD 가격과 같은 디지털음악 판매로 “차라리 DVD를 사고 말겠다”는 소리를 듣는 영화 서비스는 답이 아니다. 획일성을 벗어나 남들과 다른 서비스를 한발 먼저 내놓는 기업이 조만간 열릴 콘텐츠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게임 업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게임의 성공은 콘텐츠가 좌우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용자에게 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흥행 요소는 바로 비즈니스 모델이다.

 매월 이용료를 내는 방식만 존재하던 시기에 게임은 무료로 이용하게 만들고 각종 아이템을 파는 부분 유료화 모델은 온라인게임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최근에도 게임 업체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 일대도약을 노리고 있다.

 발상의 전환으로 성과를 낸 대표적 사례는 온라인게임 ‘실크로드’를 개발한 조이맥스다. 이 회사는 해외 협력사를 거치지 않는 직접 서비스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보통 국산 게임의 해외 서비스는 현지 협력사와 계약을 하고 이뤄진다. 마케팅 비용이나 안정적인 네트워크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을 협력사와 나눠야 한다.

 조이맥스는 이와 반대다. 중국 사용자든 베트남 사용자든 누구나 우리나라에 있는 실크로드 서버에 접속, 게임을 즐긴다. 당연히 수익성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인터넷 인프라가 떨어지는 국가에서는 게임을 즐기기 어렵다.

 전찬웅 조이맥스 사장은 “세계적인 인터넷 인프라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당 국가의 서버가 아니라도 게임 품질에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간접 서비스는 매출의 25% 정도를 로열티로 받지만 직접 서비스는 매출의 대부분이 곧 수입”이라고 설명했다.

 조이맥스는 작년에 1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접 서비스의 효과는 수익성에서 나타난다. 조이맥스의 작년 영업이익은 11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이 57%에 이른다. 조이맥스는 올해 해외 매출을 3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재도약을 노리는 게임 업체도 있다. 그라비티는 최근 정액제 게임 ‘라그나로크’에 부분 유료화 모델을 병행 도입했다. 정액제 게임이 부분 유료화로 전환되는 사례는 많지만 라그나로크처럼 하나의 게임이 두 가지 과금 방식이 같이 있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이미 작년 2월 대만을 시작으로 태국과 필리핀 등 12개국에서 이 방식을 도입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도 아이템 판매라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한 번 다운로드하면 그냥 이용하는 게 보통인데 온라인게임처럼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 수익을 이중으로 올리고 있다.

 컴투스나 게임빌 등 주요 모바일게임 업체는 이미 다양한 아이템판매 게임을 갖추고 있으며 세중게임즈도 이 방식을 활성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