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시험대에 오른 그린 이니셔티브

[특별기고]시험대에 오른 그린 이니셔티브

해마다 새해맞이는 좀 더 평화로운 한 해를 기원하며 시작하지만 나라 안팎으로 혼돈의 와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듣고 보는 아프리카·중동 등의 뉴스는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난감하고 국내 사정도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보며, 중차대한 외교 현안은 물론이고 그린 이니셔티브 행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새로운 미국을 표방하는 시점에서 의미가 크거니와 국정 패러다임 변화가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린 이니셔티브는 공황 수준의 경제난국을 새로운 방식으로 돌파하겠다는 리더십의 발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중한 상황에서 환경론자의 발상 같은 정책이 먹혀들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가 되고 에너지 안보 확충과 고용 창출을 연계해 그린화를 성장동력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합리성 중시의 중도노선이라는 그의 정책에서 제조업 진흥과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린 이니셔티브 내용은 CAP(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그린 리커버리2008’에 들어 있다. 골자는 진보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가 차기 대통령의 핵심과제로 금융·기후변화·에너지를 꼽고, 프리드먼이 에너지-기후시대 ‘녹색전략코드’를 강조하고, 국가정보위원회(NIC: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탈화석연료·식량·수자원을 최대 현안이라 본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최근 EU 정상회의에서 경제침체·기후변화·식량문제를 3대 시급한 현안으로 꼽고 영국의 보고서가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 분야로 유틸리티(상하수도·전기 등)와 금융을 꼽고 해결책을 촉구한 것과도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는 지금 메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 핵심변수의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예측을 불허하는 복잡성의 한마당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닥을 잡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글로벌화는 대세를 이루며 지리·인종·종교·경제사회적 벽을 허물고 있고 인구 급증은 분포변화까지 곁들여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다양한 파워의 부상과 권력이동, 기존 국제기구의 기능 약화 등도 두드러진다. 여기에 충격처럼 닥치고 있는 것이 기후변화다. 이 때문에 궁핍한 에너지·식량·수자원은 안보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국제 갈등과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 더욱 난감한 것은 기후변화의 폭과 영향이 어떻게 악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새해 첫날 빙빙 돌아서 남의 나라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엄연한 우리의 공통 과제기 때문이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국정지표로 제시한 것은 시대정신을 바로 읽은 지혜로운 결단이다. 이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과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녹색이고 적색이고 가릴 형편이 못 되는 산업부문을 위한 응급처치는 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의 큰 그림에 바탕한 국정 기조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녹색성장은 ‘기후변화’로 상징되고 있는 엄중하고 광범위한 변수들에 적극 대응해 경쟁대열에 끼는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흐름에서 낙오한다면, 자원 안보 차원의 경쟁력을 잃게 되고 기후변화로 도도하게 몰아칠 에너지 지정학의 변동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KAIST 특훈교수) mjkim713@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