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 그린 비즈니스] (2부-5)그린IT 인지도 조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에 그린IT를 언제쯤 적용할 계획인가

기업의 그린IT 활동이 기획·컨설팅이라는 ‘고민’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기업들은 IDC·중대형 서버 등을 위시한 정보기기 분야를 그린IT 구현의 1순위 대상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그린IT 관련 활동을 펼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점도 파악됐다.

◆그린IT 영역 확대=전자신문이 운영하는 IT 전문 조사기관 ‘K리서치’는 지난해 2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3월 세 차례에 걸쳐 그린IT 인식 및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조사 결과, 주목되는 점은 그린IT를 다루거나 전담하는 부서가 초기의 전산실과 기획·컨설팅 영역을 넘어 이제는 연구개발 분야로까지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그린 영역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24.8%) 자체가 지난해 2월 조사(15%)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 조사에서는 그린IT 전담 부서의 30.9%가 기획·컨설팅 부서였으며 연구개발(25.5%), 경영·자문(14.5%), 전산실(10.9%)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연구개발 비중. 지난해 11월 조사의 연구개발 비중(10.1%)보다 무려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담·담당 부서가 거의 없던 지난해 2월 조사에서 대부분이 전산실을 전담 부서로 꼽은 것과도 크게 차이가 났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에서 그린IT 개념이 초기 전산실 전력소비 효율화라는 단순한 접근에서 기획·컨설팅이라는 기업의 전체 전략 고민으로 변화한 데 이어 관련 연구개발이라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호로 분석된다. 연구개발 영역은 가장 먼저 이뤄지는 기업 활동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투자의 개념이 크다. 연구개발 영역이 그린IT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기업이 이 영역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보기기가 그린IT 적용 1순위=IT전문가들은 어떤 영역부터 그린IT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응답자들은 정보기기·전자전기응용기기·통신기기라는 세 가지 영역을 그린IT 적용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 꼽았다. 그린IT 적용 1순위를 뽑는 질문에 절반 이상(52.8%)이 정보기기를 지목했다. 정보기기엔 서버 등 중대형컴퓨터를 아우르는 데스크톱PC·휴대형컴퓨터·모니터·프린터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데스크톱PC가 1순위로 꼽혔다. 이는 최근 수년간 ‘세계 최대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보유한 구글이 지구온난화를 주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IDC의 전력(에너지) 사용량이 기후변화 및 CO?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그린IT 주요 관심사로 자리 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내 IT 기기 및 장비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2012년 전체 배출량의 3.6%에 달할 예정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이 IDC의 에너지 사용과 관계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음으로 지목된 건 전자전기응용기기다. 1순위로 이 분야를 꼽은 응답자가 21.3%였으며 2순위로는 가장 많은 비율인 29.9%가 이 분야를 지목했다. 세부 항목 1순위와 2순위는 각각 냉장고(29.1%)와 전구 및 조명장치(18.4%)였다. 실제로 냉장고는 24시간 에너지를 소비하는 특성 때문에 가전 분야 에너지 저감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전구 및 조명장치는 최근 LED 등 조명기술 발달에 힘입어 에너지 저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GE·오스람·필립스 등 해외 조명 분야 전통 강호는 물론이고 LED 조명을 내세우는 국내 기업도 이 시장 장악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통신기기를 그린IT 주요 적용 대상으로 보는 응답자도 상당수다. 그린IT 적용대상 1순위로 보는 응답자는 8.3%에 불과했지만 2순위로 지목한 응답자는 23.7%나 됐다. 통신기기 중 가장 먼저 적용돼야 할 세부 분야로는 네트워크장비(40%)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는 정보기기, 특히 서버 등 중대형컴퓨터·IDC 등의 그린IT 적용 및 이 지원과 맞물린 이른바 ‘그린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린IT 활동의 한계=기업의 그린IT 활동 유형을 묻는 질문에서는 ‘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영역을 찾아내고 있다’는 응답자가 33.2%, ‘에너지 소모량(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계획 중’이라는 응답도 38.6%를 기록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을 활용해 기업 서버와 스토리지 개수를 줄이고 있다’는 응답자도 24.8%나 됐다.

하지만 기업에서 현재 진행 중인 그린IT 관련 활동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IT 기기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력소비량이나 CO? 발생량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5.6%였다. ‘한두 번 비정기적으로 파악했었다’는 응답자는 22.2%였으며 ‘파악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는 62.3%다. 또 보유 중인 데이터센터에 그린IT를 적용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39%에 달했다.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신규 구축을 할 때만 고려한다’는 응답자가 18.5%, ‘향후 2년 이내 계획 중’이라는 답변이 25%였다. 그린IT 적용에 대한 기업의 신중한 시각과 접근 방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조사 참가자들 중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의 그린IT 관련 정책·기술·법 제도·소비자 의식·사회적 관심 수준이 ‘매우 낮다’거나 ‘낮은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린IT와 관련된 법 제도는 응답자의 75%가량이 수준이 낮다고 답했으며 수준이 매우 높다거나 높은 편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6%가량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지식경제부나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부처를 중심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및 그린IT를 모토로 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음에도 정작 기업인은 현재의 관련 법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거나 정책과 맞지 않는 부분을 여전히 포함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린IT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사회적 관심 역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응답자 중 72.4%가 그린IT에 대한 소비자 의식 수준이 매우 낮거나(27.2%), 낮은(45.2%) 것으로 답했으며 사회적 관심 역시 52.8%가 매우 낮거나(13.9%), 낮은 편(38.9%)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그린IT를 적용한 제품이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업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떻게 조사했나

지난 3월 19일 전자신문 주최로 열린 ‘2009 그린IT 그랜드 콘퍼런스’에 참석한 500여명 중 참여 의향을 보인 229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주로 재직 중인 기업에 대한 항목으로 구성했으며 그린IT의 △인지도 △실제 구현 정도 △투자계획 등을 물었다. 이번 조사 결과와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2008년 조사는 2월 전자신문 주최 ‘2008 그린IT 그랜드 콘퍼런스’와 11월 ‘2008 그린오션 포럼’에 참가한 기업 실무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다. 조사 항목은 올해 새로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최대한 유사하게 진행했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