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소프트웨어 개발 `뒷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한국 공개SW 평가지수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공개 SW를 이용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개발 참여에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률은 세계적 수준이나, 참여율은 중·하위권에 머물면서 장기적으로 세계 공개 SW산업에서 국가 브랜드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지적됐다. 구글의 공개 SW인 ‘안드로이드’의 등장으로 공개 SW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마당에 국내 개발자들이 글로벌 개발 커뮤니티 무대에서 배제돼 원천과 최신 기술 습득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4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원장 정경원)의 공개SW역량프라자가 세계 58개국의 공개SW 수준을 평가한 ‘공개SW 평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가정책과 사용률에서 각각 4위, 7위로 선두권에 올랐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공개SW 개발 참여율을 나타내는 커뮤니티 평가는 24위에 그쳤다.  

 공개SW 분야의 국제 기술 공헌도를 높이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NIPA의 공개SW역량프라자는 지난해 말 △국가정책 △사용률 △커뮤니티 △환경 4개 부문으로 구성된 공개SW 평가지수를 개발, 이번에 처음으로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은 이 평가에서 국가정책 부문에서 덴마크, 일본, 호주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등 활발한 공개 SW 정책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률에서도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미국, 덴마크, 핀란드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개 SW를 활발히 개발·생산하는지를 알 수 있는 커뮤니티 부문은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중국(8위)은 물론이고 멕시코(15위), 말레이시아(22위) 등 비교열위에 놓인 국가보다 저조했다. 공개SW 소비에만 급급한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

 김태열 NIPA 공개SW팀장은 “공개SW가 뿌리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며 “하지만 환경만 잘 갖췄다고 공개SW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개SW를 소비만 하고, 생산하지 않으면 공개SW 개발 능력이 경쟁국에 뒤처질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개SW 활성화 포럼의장인 고건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이 주도한 몇몇 기술이 국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제공됐지만 커뮤니티 활성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공개 SW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우리에게 맞는 공개SW가 개발되면 외산 SW 사용으로 인한 국부 유출 방지와 국가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광제 한국리눅스파운데이션 대표는 “구글은 리눅스파운데이션에 참여한 후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공유하면서 전 세계 휴대폰 OS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공개SW 커뮤니티에 집중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공개SW 시장은 2011년 634억42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들어 공개SW 저변이 크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공개SW 커뮤니티 사이트인 소스포지닷넷에 등록된 프로젝트는 2006년 11만7000건에서 2009년 23만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